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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와 독점 현상, 이념의 논쟁이 아닌 현재의 삶의 질과 미래의 발전을 위한 길이다.

오룡의 역사 타파(44)

전 세계적인 공황은 식민지 조선에게도 영향을 준다. 1931년 서울의 전기사업을 독점하고 있던 경성전기 주식회사를 시영으로 전환하자는 시민운동이 일어났다.

1898년 1월에 미국인 콜브란과 보스윅 두 사람이 세운 한성전기회사는 1899년 4월 서대문과 청량리 사이에 전차를 개통하여 운행하였다. 그보다 먼저 1890년 4월 최초로 민간 전등이 가정에 보급되었다. 1904년 7월 한미전기주식회사로, 1915년 9월에 경성전기주식회사로 개칭하였다. 그 후 1961년 7월 1일에 한국전력주식회사(지금의 한국전력공사)에 통합된 회사다.

일제 강점기에 일어난 최초이자 최후의 시민운동은 비싼 전기요금 때문이었다. 조선인 뿐만이 아닌 서울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이 연합한 운동에 당황한 경성전기주식회사는 총독부와 경성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 부민관을 지어 경성부에 헌납하여 시영화의 급한 불을 껐다.

부민관(지금의 서울시의회)에선 연극과 영화, 음악을 공연했지만 평범한 경성 사람들은 관람할 수 없었다. 당시에는 초호화 건물이었으니 건물 관람 대가로 비싼 전차와 전기 요금을 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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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장기 철도노조 파업의 단초가 됐던 수서발 KTX 법인이 뜨거운 찬반논쟁을 뒤로하고 출범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수서고속철도주식회사 출범을 시작으로 2016년부터 수서에서 출발해 부산과 목포까지 운행하는 고속철도를 운영하게 된다고 밝혔다. 수서고속철도는 총 소요 자금 1600억 원이 투입된다. 그 중 800억 원은 2014년까지 코레일 출자금(41%)과 공공부문(59%) 자금으로 채워지고, 2015년부터 나머지 800억 원을 투자받을 예정이다.

“자본의 집적 집중과 기업의 결합독점,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서의 결정적 과정이며 모든 기업가들의 필연적 욕구이니 … (이하 중략) … 이러한 자본의 독점 과정은 필수적으로 이에 부득하는 일종의 부작용적 증상을 일으키나니”라고 1929년 동아일보는 당시의 전기 독점에 대해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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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5월28일, 평양에 있던 고무신 공장의 여성노동자 강주룡은 을밀대 지붕위에 올랐다. 광목 한필을 사들고 올랐던 그는 목을 매기 위한 각오의 표시였다. 회사의 임금 삭감에 파업했던 동료들이 일본 경찰에 강제 해산 당한 후였기 때문이었다.

9시간 동안 고공 농성을 벌이던 중 탈진하여 체포된 강주룡의 소식을 당시의 한글 신문들은 식민지 여성의 노동 현실과 연결하여 보도 했다.

80년 전 식민지의 조선 언론은 모두 강주룡 편이었는데,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거대 언론들은 철도 노동자 편을 들지 않았다. 그들은 불법 파업한, 법과 원칙을 어긴, 상식을 지키지 않는 이들일 뿐이었다.
수서발 KTX 법인은 출범했다. 정부가 민영화 하지 않으면 우려는 우려로 끝날 것이다.

오룡 (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강남대 평생교육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