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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와 진실 그리고 유언비어…역사는 왜 그 모든 것들을 기록하여 남겼을까?

오룡의 역사 타파(45)

신라 애장왕 10년 6월에 개구리가 뱀을 잡아먹었고……백제 의자왕 19년 4월에 병풍에 그린 개가 세상으로 내려와 왕궁을 향해 짖었다. 고구려 봉상왕 8년 9월에 귀신이 산위에서 울고 별이 달을 침범하였다. 보장왕 19년 7월에 평양의 강물이 사흘동안 핏빛으로 변했다.

신라말 왕위 쟁탈전은 극심했으며 애장왕은 숙부에게 암살당했다. 의장왕의 실정은 멸망의 원인이었고, 봉상왕은 쫓겨나 아들과 함께 자살했으며, 보장왕은 당나라의 포로가 되고 700년 고구려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기록들이다. 기록 그 자체만으로 보면 유언비어가 분명하다. 주술적이며 엽기적이라 할 만하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내용만을 취사선택한 유학자 김부식이 다소 황당한 내용들을 남긴 의도는 무엇 때문일까.

김부식은 기록했다.‘죽은자의 피가 흘러서 방패가 떠내려갈 지경’이라고. 삼국간의 전쟁이 남긴 피해의 단면이다. 그는 사관이며 시인이다. 형용사화된 기록을 허구라고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온통 기름 투성이로 범벅된 여수 앞바다 상황에 대해 해당부처 장관이 “1차 피해자는 GS칼텍스이고, 어민들은 2차 피해자”라고 말했다가 구설에 올랐던 이유가 “인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는 뉴스는 사실적인 기록이지만 허구다.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여, 목민심서와 삼국사기를 제대로 읽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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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과 중재, 미래에 대한 준비, 인재 양성을 위한 투자는 인색했다. 왕실은 무능했고 종친들은 탐욕스러웠다. 고종의 인척이었던 민영주는 무전취식하고 행패부리는 일이 너무 자주 있어 별명이 망나니였다.

그의 친척이었던 민영휘가 고종에게 부탁하여 벼슬을 내려 주었다. 벼슬을 얻은 민영주는 행패부리는 짓은 그만 두었으나 백성들을 핍박하여 큰 재물을 모았다.제 식구만 감싸고, 자신에게 선물을 갖다주는 자들에게만 벼슬자리를 내주던 고종과 중전은 대낮처럼 환한 경복궁의 전기에 취해 잠을 이루지 못한다. 때마침 들어온 커피와 양과자는 이들에게 먹는 즐거움을 주었으니 백성들의 아우성은 구중궁궐에서 들려오는 풍악소리에 묻힐 뿐이었다.

1910년 8월22일, 경술국치는 소리없이 다가온 것이 아니다. 땅끝 전라도 구례 지리산 아래에서 매천 황현은 아편 덩어리를 삼켜고 음독 했다. 매천은 말한다. “내가 나라를 위해서 죽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선비를 기른지 5백년된 나라가 망하는데…” 그는 조선으로부터 녹을 받은 적이 없는 시골의 선비였을 뿐이다. 민영주가 자살했다는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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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와 관련된 논란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특히 근현대사 집필 내용에 대한 격렬한 논쟁의 의도가 의심될 정도이다. 역사에서의 용어 정리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식민지배를 당한 피해 국가인 우리에게는 가해국인 일본의 입장과 상반된 주장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조선 청년 안중근이 일본의 유력 정치인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했다”는 식으로 교과서에 기록했다고 한다면 안중근은 살인자로 전락할 수 도있다. 우리는 아니겠지만 일본의 역사교과서는 그렇게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일본의 아베 정권에서는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칭하고, 사형을 선고받아 집행된 범법자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한국사 교과서 논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교육과학기술부가 진실로 답하라.

오룡 (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경기도립 중앙도서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