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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삼가 명복을 빕니다.

우농의 세설

1959년 10월 후안카를로스코페스 무도단과 함께 푸에르토리코 순회공연 중이던 피아졸라는 아버지 빈센티 ‘노니노’가 죽었다는 비보를 뉴욕에서 듣는다.

다녀올 여비가 없었던 가난한 작곡가 피아졸라는 눈물로 「안녕히 가십시오. 아버지」라는 뜻의 탱고 아디오스 노니노 를 작곡해서 아버지 영전에 바친다. 그로부터 54년 후 2014년 2월 소치올림픽 빙판위에 요정 김연아가 이곡에 맞춰 춤을 춘다.

온 국민은 두 눈 부릅뜨고 이 요정의 일거수일투족에 넋이 나간다. 그런데 그와 비슷한 시각에 한 여자가 파랑색 매직으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그리고 생에 마지막 글을 쓴다.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생활고를 비관한 세 모녀가 70만원이 담긴 하얀 봉투를 놔둔 채 2월 26일 저녁 8시 30분경 숨진 채 발견됐다. 우리가 이 죽음에 대하여 아파하며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언젠가는 우리도 이렇게 죽어갈지 모른다는 암시성 때문이다.

문왕이 태공에게 물었다. 제가 나라를 잘 다스리려고 하는데 좋은 가르침을 주십시오. 임금으로 존경을 받고 백성은 편안히 살게 하려는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태공이 말한다. 백성을 사랑하면 됩니다. 그것뿐입니다(文王問太公 曰願聞爲國之大務 欲使主尊人安 爲之奈何. 太公 曰愛民而己. 六韜 文韜3).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 어떤 것입니까 하니, 서전 주서에 말한다. 백성을 어린아이 보호하듯 하는 것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약보적자(若保赤子)라고 했다. 패도정치(覇道政治)에 있어서 군주가 가장 중하고, 공권력이 그 다음으로 중하고, 백성이 가장 천하다. 반대로 왕도정치에서 맹자는 말한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그 다음이고 군주는 가장 가볍다(孟子曰 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 孟子 盡心章下14). 백성은 오직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든든하면 나라가 편안하다(民惟邦本 本固 邦寧. 書傳). 그렇다면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란 백성들이 천하의 모든 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國家 天下之制利用也. 荀子 王覇篇 11).

세 모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것은 두 번에 걸쳐 "죄송합니다" 라고한 치열한 염치(廉恥)정신이다. 세 모녀의 죽음은 산자를 너무도 부끄럽게 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늦었지만, 진짜로 부끄러워해야 하고 죄송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뼈골 쑤시게 고민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