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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더라’의 잡보 기사와 유언비어의 차이는...?

오룡의 역사 타파(53)

진짜 민심을, 언론이 표현해 주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가 문제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인 한성순보는 순보서(旬報序), 내국기사(內國紀事), 각국근사(各國近事),지구도해(地球圖解)와 논설로 구성되어 1883년 박문국에서 발행했다. 열흘마다 인쇄된 한성순보는 주로 개화의 이유와 개화의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국가가 주도한 신문이었다.

독립신문, 황성신문, 대한매일신보 등의 각종 민간 신문이 발행된 대한제국 시기에는 지면이 정리되어 관보(官報), 외보(外報), 잡보(雜報), 논설, 광고면으로 세분화 되었다.

관보는 정부가 발표한 내용들을 발췌하여 새롭게 정리한 것이었고, 외보는 외신기사였다. 잡보는 기자가 직간접으로 취재한 것으로 오늘날의 보도기사라고 볼 수 있다. 통신 수단도 부족했고 지방 주재 기자도 없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잡보의 내용은 이렇게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누구 누구의 전언에 의하면.....한다더라’의 형식으로 기사를 썼다.

최첨단의 방송 장비와 최대의 언론 환경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방송과 신문들도 잡보 수준의 기사를 자주 남발 한다. ‘카더라’와 ‘아님 말고’의 뉴스로도 부족한지 세월호 참사 현장에 취재도 가지 않고 보도한 기사들은 유언비어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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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년 함흥에서 일본인 의사가 폐디스토마를 치료한다며 주사해서 6명이 죽는 사건이 발행했다. 흉흉한 민심은 일본인이 조선 사람을 죽이려고 주사한다는 괴담으로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일본의 식민 통치에 따른 억압과 수탈이 일본 의사의 의료사고를 고의적인 것으로 생각하도록 만든 것이다. 선의의 의료행위로 믿었다면 괴담은 돌지 않았을 것이다. 총독부와 경찰은 ‘악의적인 괴담’을 퍼뜨리는 사람들은 잡아들여 엄벌에 처하겠다고 했지만 괴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식민 지배를 위해 걸핏하면 잡아가고 조선 태형령을 시행하여 때리고, 즉결처분을 가했던 일본 경찰은 보이지 않는 괴담의 실체를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권력은 괴담과 싸워 이긴적이 없다. 고구려의 바보 온달이야기도, 백제의 서동과 신라의 선화공주 이야기도 결국은 괴담이 확대되어 결국은 오늘날 까지 살아남은 이야기가 아닌가.

홍수와 가뭄, 기근과 전염병과 같은 초자연적인 재해가 닥치면 유언비어는 날개를 달고 퍼져나갔다. 국가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주동자를 잡기 보다는 빈민을 구제하고, 병자를 치료하는데 집중했다. 재해가 끝나면 유언비어는 자연스럽게 소멸되었기 때문이다.

국가 권력은 유언비어를 탓하기 보다는 유언비어가 확산될 원인 제공을 먼저 탓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권력이 감출어야 할 내용들이 많아지고,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려고 할 때,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유언비어가 언론보다 신뢰를 받기도 한다.

진짜 민심은 유언비어를 통해서 전달 될 지도 모른다. 권력이 보기에, 언론이 보기에 눈엣 가시처럼 느껴지는 유언비어가 진짜 민심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오룡 (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경기도립 중앙도서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