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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인수위부터 무너진 청와대 인사시스템

<우농의 세설>

퇴계 이황을 사숙한 조선의 선비 제암(霽巖)은 이황(李滉)의 이기이원론 저본으로 불후의 명저(名著)를 지은 것이「인심흑백도(人心黑白圖)」다. 이는 사람을 성인군자,똑똑이,헛똑똑이 평범인으로 구분한다.

성인은 저절로 아는 생이지지(生而知之)요, 군자는 배워서 아는 학이지지(學而知之)요, 똑똑이는 노력해서 부끄럼이 몸에 이르지 않는 곤이지지(困而知之)요, 헛똑똑이는 시험 잘 봐서 간판만 그럴싸한 곤이불학(困而不學)요, 범부는 결심은 하지만 매번 못 지키는 생활 교이불선(敎而不善)이라고 갈파했다.

이에 공자는 생이지지와 범부인 교이불선을 제외한 모든 이에게 세 가지의 삶을 강조한다. 첫째, 믿음을 돈독히 하고 <세상이치>배우기를 좋아할 것이며(독신호학篤信好學). 둘째, 죽음을 당하더라도 도를 잃지 않을 것이며(수사선도守死善道). 셋째, 이웃을 위해 몸을 죽여 인을 이뤄야 한다(살신성인殺身成仁). 인은 딱 둘이다. 위를 사랑하는 양지양능(良志良能)의 치사랑과 내리사랑이다. 치사랑은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요. 내리사랑은 자식을 사랑하는거다.

여기서 우리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진다. 그 중심에 박근혜 대통령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위로는 양지양능 할 부모가 아니 계시고, 아래로는 사랑을 줄 자녀가 없으시다. 그에게 있어서 양지양능(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드리는 것)할 부모는 국민이며, 사랑할 자녀 또한 국민이다. 여기까지 보면 더없이 훌륭하다. 그런데 자칫 독선이 되면 이는 심각을 넘어 위험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 시절부터 인사 위험이 지금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대 톡 때려주고 싶을 만치 얄밉지만 적확(的確)한 표현을 쓴 진중권의 “아, 그 물병 맞은 아저씨” 정홍원 국무총리가 물병 한 대 맞고 물러난 자리에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었다가 청문회 문턱에도 못가보고 스스로 사퇴한 그 어떤 분이 있었다.

그 어떤 분은 대법관 퇴임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16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제암이 말한 곤이불학이요, 대통령이 지적한 탐욕과 사익의 본체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자를 추천한 인물이 누구인가. 비서실장이 이를 몰랐다면 이는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묵인했다면 대통령 능멸 죄다.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이니 만큼 이는 곧 국민과도 무관치 않다. 이쯤 되면 비서실장은 스스로 거취를 고민해야한다. 이렇게 해야 만이 제 한 몸을 닦아 백성을 편히 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수기이안백성(修己而安百姓). 풍우란(馮友蘭)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