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월)

  • 흐림동두천 17.1℃
  • 흐림강릉 13.9℃
  • 흐림서울 17.7℃
  • 구름조금대전 13.4℃
  • 구름조금대구 14.6℃
  • 맑음울산 13.9℃
  • 구름조금광주 14.3℃
  • 맑음부산 17.1℃
  • 구름조금고창 ℃
  • 구름조금제주 18.3℃
  • 흐림강화 16.6℃
  • 구름많음보은 12.2℃
  • 구름조금금산 9.7℃
  • 구름많음강진군 11.9℃
  • 맑음경주시 12.2℃
  • 구름많음거제 15.0℃
기상청 제공

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서당가거든 큰소리로 따라 읽거라

<우농의 세설>

동양의 사유나 도덕론에서 가장 오래된 단 하나의 글자로 된 진리를 꼽으라면 단연 예(禮)일 것이다.

예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반듯하게 잡아주는 벼리다. 이 벼리는 남에게 무례하지 않게 하고, 자신의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하는 힘이 있다. 날 선 정직함으로 분노하며 살기보다는 예로서 날선 정직함의 분노를 무디게 하라면 비겁일까.

12세 때 논어를 읽은 퇴계는 훗날 자신의 손자를 엄히 꾸짖는 편지 한 통을 쓴다. 할아버지가 손자를 가르친다하여 이를 격대(隔對)교육이라 하는데 들은 게 많은 손자는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어른의 말씀에 빠지지 않고 도전적으로 답변을 한다. 그것이 물음에 대한 답이라 해도 무례인데 하물며 어른 말씀에 끼어드는 것이라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너는 여러 어른들 앞에서는 조급함을 버리고 조용히 말해야한다. 어른들의 의견이 다르더라도 들어 두었다가 나중에 생각을 해보고 자세히 살펴서 그 중 이치에 가까운 어른의 의견을 따라서 유익함을 얻는 것이 옳다. 그런데 너는 지금 어설픈 지식으로 너의 생각을 지나치게 주장하여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함부로 말하고 소리를 높여 떠들면서 여러 어른들의 말을 앞질러서 하는구나.

가령 너의 말이 이치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라 해도 네가 이미 짐승 같은 소리 질러 무례를 했으니 이는 배우는 사람으로서 유익을 구하는 도리가 아니다. 하물며 네 생각이 틀렸는데도 이렇게 목에 핏대를 올린다면 되겠느냐. 속히 고쳐라. (汝於諸丈前, 當虛心下氣. 參聽衆論之不一, 徐究而細察之, 以庶幾從其長而得其益, 可也. 今乃先以粗疎之見, 偏主己意, 信口騰說, 高聲大叫, 以陵駕諸丈說. 假使汝說不違理, 已是咆哮無禮, 非學者求益之道. 況妄見誤入而如此, 其可乎. 其速改之.<李晃 退溪集,권40,與安道孫>)

퇴계 어른은 종훈(宗訓) 즉, 가문교육에 있어서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무례함이다. 버릇없는 자식은 제 어미를 욕한다. 부모가 얼굴을 못드는 경우는 오직 하나, 자녀가 마을에서 무례할 때다. (退溪集권6甲辰乞勿絶倭使疏) 이제 곧 여름방학이다. 시골서당이라도 보내서 논어 한 줄이라도 읽게 하는 것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