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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을 왜곡하는 언론들…

오룡의 역사 타파(57)

배신의 트라우마 -권력이 나서서 말하거나 강요하지 마라.

‘국채 1300만원은 바로 우리 대한제국의 존망에 직결된 것으로, 갚지 못하면 나라가 망할 것인데, 국고로는 해결할 도리가 없으므로 이천만 인민이 3개월 동안 흡연을 폐지하고, 그 대금으로 국채를 갚아 국가의 위기를 구하자’

대한매일신보의 1907년 2월 21일자 보도는 뜨거운 반응을 나타냈다. 전국의 각계 각층의 범국민적 운동으로 여성들의 참여가 단연 돋보였다. 가락지와 비녀를 팔고 양식과 반찬값을 줄이고, 머리카락을 잘라 판 돈을 기부했다.

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확산되자 통감부는 국채보상기성회의 간사 양기탁을 공금횡령 의혹으로 체포하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 무산시켰다.

‘일천만 한 사람이 1원씩’을 슬로건으로 1923년 벌어진 민립대학 설립운동은 총독부를 자극하여 경성 제국대학 설립을 발표하게 만들었다. 인구의 대다수가 글조차 모르는 현실에서 대학 설립은 한계가 분명했으나 자발적인 운동이었음은 분명하다.

권력이 곤궁해지면 자발적인 성금 모금 보다는 강제성이 강화된다. 국방헌금, 애국헌금 등의 명목을 붙여 애국심 고취와 일제에 충성하는 지표로 삼았다. 친일화가 김은호는 <금채 봉납도>에서 여성 단체 인사들이 일본군을 돕기 위해 금비녀와 가락지를 헌납하는 모습을 그렸다. 그는 1937년부터는 국방기금 마련을 위한 특별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친일 기업인이었던 경성방직 사장 김연수와 화신백화점 사장 박흥식은 헌금을 모아 비행기를 헌납하여 사업을 확장하고 태평양 전쟁을 지원했다.

성금 모금은 식민지 시대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북한의 금강산 댐 건설 계획에 맞선 평화의 댐 건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해 독립기념관 건립 모금은 고사리 손의 손때까지도 힘을 보탰다. 최근에는 숭례문 화재 때에도, 구제역이 발생해도, 심지어 군인들의 발열 조끼 지급에 대해서도 정부는 성금 모금을 부추겼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특별법 제정에서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한다는 유가족의 주장도 이와 유사하다. 유가족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우선하고 있는데도 일부 언론과 단체들은 사실과 거리가 먼 금전적 보상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유병언을 둘러싼 의혹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고와 관련된 사실 여부의 파악이며, 그에 따른 범정부 차원의 투명한 진상 규명이 우선이다.

‘사람에게 본성이란 없다. 오직 역사가 있을 뿐이다.’라는 스페인 철학자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주장을 격하게 공감 한다. 역사가 오래되면 기억할 내용들이 많아진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도, 이해되지 않는 사실도 역사 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선조가 백성을 버리고 의주로 도망가지 않았더라면, 고종이 망국의 군주로 치욕스럽게 살기보다 유서라도 남기고 자결 했더라면, 이승만이 서울시민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벌어지는 상황을 불신하는 이유는 늘 배신당한 트라우마 탓일 지도 모른다. 배신의 트라우마를 경험한 역사를 배운 국민을 이해시키고 안심시키지 못한 위정자들이여.

국민을 상대로 요구하지 말고 뒤틀린 거짓을 바로 잡아 역사 앞에 솔직해 져라. 석고대죄를 요구하지 않는다. 믿으라고 강요하지만 말아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