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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옥갑야화는 이렇게 말했다.

우농의 세설

<우농의 세설>

옥갑야화는 이렇게 말했다.

호암은 집이 부자였던 관계로 훈도(訓導)를 모셔와 사서 <논어·맹자·중용·대학>를 익혔다. 그때 호암의 나이 7세 미만이었다. 유달리 총명했던 호암은 논어 499문장 중 위령공편의 학야녹재기중(學也祿在其中)에서 크게 깨닫는다.

반면에 아산은 집이 가난했던 탓에 직접 서당 훈장(訓長)에게 찾아가서 글을 배운다. 그렇게 읽은 것이 대학 책이다. 훈장은 대학 책을 사마천 사기에 빗대어 가난으로부터 부를 얻는 데는 농(農)은 공(工)만 못하고, 공은 상(商)만 못하다며 <사마천 사기>를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로 어린 아산의 가슴속에 콕콕 박아 준 것이다. 대학 책은 대학강어, 대학혹문, 대학연의. 이렇게 세권의 별책이 붙을 만치 제왕의 학이기 때문에 대학 책은 천하에 뜻을 둔자가 아니면 읽을 이유가 없는 책이다. 그때 아산의 나이 9세다.

훗날 호암과 아산은 거부가 되어 삼성과 현대라는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하는 양대 산맥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제 창업주 선대는 떠나고, 2세 경영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은 현대 정몽구 회장을 제치고 공히 수 십 년을 대한민국 넘버원으로 군림하다가 근자에 와서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인해 3세 경영으로 넘어가기 급전직하에 있다.

여기서 터진 사건이 현대가의 한전부지 10조 낙찰사건이다. 이것은 삼성 가(家)와 현대 가(家) 두 벌문(閥門)에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이재용 체제의 삼성 앞날을 예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대 정몽구 회장 또한 10조 낙찰로 웃을 일만은 못된다. 하기 좋은 말로 통 큰 경영이라고 침 발린 소리 일색이지만 그 속내야 순수한 의도에서의 통 큰 베팅인지 아니면 고육책에서 나온 통 큰 베팅 인지 어찌 알랴마는 분명한 사실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3년 10개월간 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는 눈물겨운 법정송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간 밀린 임금 230억원도 지급 하라는 판결과 함께 말이다.

한전부지 매입에 10조원을 거침없이 써낼 정도의 통 큰 사람이 자기를 밥 먹게 해준 밑바닥 노동자들에게는 어찌 그리 쩨쩨하단 말인가. 연암은 연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옥갑여관에 머물 때 여러 비장(裨將)들과 나눈 얘기를 적을 글 옥갑야화(玉匣夜話)에서 변승업의 입을 빌어 말한다. 자기 집의 이익만 취하는 자 치고 권세가 삼대가 이어지는 것을 못 봤다. <승원기로(承業旣老)계기자손왈(戒其子孫曰)오소사공경다(吾所事公卿多)독병국론(獨秉國論)위가계자(爲家計者)선급삼세의(鮮及三世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