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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한 줄에 목숨을 걸다. <1> 경(經)과 전(傳). 주(注)와 소(疎) 그리고 비지(備旨)

우농의 세설

우농의 세설

한 줄에 목숨을 걸다. 1.
<경(經)과 전(傳). 주(注)와 소(疎) 그리고 비지(備旨)>


오래됐다고 보물은 아니다. 가치가 있어야 보물이다. 이는 고전(古典)이며, 그중 핵심을 경(經)이라 하고 이를 전함을 경전(經傳)라 한다. 본래 경과 전은 천년의 시차를 두고 각각 쓰이던 말로 사마천에 이르러 사기 태사공자서(太史公自序)에서 경전이란 말을 묶어서 쓴다. 대저 유자들은 육예(六藝)로서 법을 삼으나 육예의 경전은 천만 가지나 된다.(夫儒者以六藝爲法, 六藝經傳以千萬數), 박물지(博物志/ 張華, 232~300).

성인이 지은 것을 경이라 하고, 현인이 풀이한 것을 전이라 한다.(聖人制作曰 經, 賢人著述曰 傳) 즉 성인의 말이 경이요, 경을 입으로 전해준 것이 전이다. 시경 서경이 있었고, 훗날 입으로 전해 시전 서전이 됐고, 주자에 이르러 경과 전에 대한 해설집 사서집주(四書集注)가 나왔다. 후대에 이르러 집주에 대한 해설집 소(疏) 다산의 논어고금소(論語古今疎)라는 또 다른 해설이 나왔다.

이에 대한 또 다른 해설로 비지(備旨)까지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재술하면 전은 경을 말로 전한 것이고, 주는 전을 해석한 것이고, 소는 주를 해석한 것이고, 비지는 새김이다. 그러므로 전으로서 경을 해석하되 전이 경을 어겨서는 안 되고(以傳解經, 傳不違經), 전은 경을 파괴하면 안 되며, 소는 주를 파괴할 수가 없다. 비지는 주에 대한 소를 보충한다. 이를 경전 해석에 있어서 문자무오설(文字無誤說) 즉 경전일자불가침해원칙(經傳一字不可侵害原則)이라한다. 주(注) 즉 해석보다 새김(備旨)이란 말이다. 문장은 비지(備旨), 즉 새김이 좋아야 소가 살고 소가 좋아야 주가 살고, 주가 좋아야 전이 살고, 전이 좋아야 경이 산다.

니체는 성인의 말은 경이지 글에서 머물지 않는다고 했다. 쇼펜하우어는 문장론에서 위대한 작가는 단 몇 마디의 말을 쓸 뿐이라 했다. 그 중심에 제왕의 학이라 불리는 대학 책이 있는데 총1751자다. 원문이라야 A4용지로 한 장 남짓이 전부다. 거기다 128자를 뺀다면 1623자다. 그렇다면 왜 128자를 빼야하나 주자는 예기 책에 있던 대학 내용에 128자를 추가하고 해설을 붙인 대학장구를 짓는다. 주희가 주자로 칭송되는 순간이다. 이게 그 유명한 대학장구보망장(補亡章) 사건이다. 이는 마치 교회 성직자가 성경 66권 외에 한권을 더 추가한 꼴인데, 이런 경천동지 할 짓을 주자는 왜했을까.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