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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공자의 제자 재여와 ‘박지만’

우농의 세설

<우농의 세설>

공자의 제자 재여와 ‘박지만’

<논어>에는 재여와 관계된 문장이 5번 나오는데 공자가 직접 재여를 언급한 대목 <선진>을 빼면 모두 재여를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재여는 불성실했으며, 근거 없는 말로 현혹했으며, 전통을 부정했으며, 스승을 시험한다. 재여는 노나라 출신으로 자(字)가 자아(子我), 재아(宰我)다.

자공과 더불어 언어에 뛰어났으며, 공자를 모시고 14년의 풍찬로숙(風餐露宿)을 견뎌낸 후대 왕조에서는 공(公)으로 존숭된다. 재여는 어떤 인물일까. 공자의 제자 중에 가장 똑똑하고 가장 말 잘하고, 가장 몹쓸 제자 역시 재여다.

공자에게 있어서 재여는 아픈 손가락이다. 재여는 성실하지도 않을 뿐더러 공자학당의 규칙도 안 지키고 늦게 일어나는 일은 다반사고, 암튼 애물단지지만 공문십철(孔門十哲)에 드는 빼어난 제자임에 분명했다. 그는 자공과 동년배로 유일하게 속내를 말할 수 있는 막역지우다.

한동안 나타나지 않아서 모두들 궁금해 하던 차에 재여가 오찬(午餐)장에 불쑥 나타난다. 모두 그를 반겼다. 스승인 공자도 오랜만에 재여와 겸상을 하니 좋았다. 그런데 재여의 표정은 심각했다. 밥을 미처 먹기도 전에 스승께 묻는다. 우물에 사람이 빠지면 마땅히 뛰어들어 구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宰我問曰 仁者 雖告之曰 井有人焉 其從之也 재아문왈 인자 수고지왈 정유인언 기종지야) 순간 좌중은 싸늘하게 냉기가 흘렀다. 이것은 명백한 도발이며 하극상이요, 스승을 천 길 낭떠러지에 몰아넣고 미는 심산이다. 오싹한 긴장감에 함께한 제자들이 숨도 제대로 못 쉰다. 재여가 오늘 끝장 보러 왔구나,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한참 침묵 후 웃음기 싹 가신 얼굴로 스승인 공자가 답한다. 어찌 그러랴. 군자는 우물까지 가게 할 수 있어도 빠지게 할 수는 없다. 그럴듯한 말로 군자를 속일 수는 있지만 망칠 수는 없다.(子曰 何爲其然也 君子 可逝也 不可陷也 可欺也 不可罔也 옹야) 청와대 문건에서 십상시운운 찌라시 논란이 일자 박망흥정설(朴亡興鄭說) 속에 박지만 회장 이름이 거론됐다. 인생 초년에는 아버지가 대통령이어서 불행했고, 인생 말년에는 누나가 대통령이어서 불행했던 사나이. 대통령의 아들이며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회장 그를 보면 왕의 후손으로 태어나 길을 못 찾고 방황하는 재여가 오버랩 된다. 재여처럼 에라이 잠이나 자자(宰予晝寢) 하고 막갈 수도 없는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