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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사과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우농의 세설>

<우농의 세설>

사과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고려사 106권 열전 19권에 그는 성품은 강직했으며 삶은 소박했고, 사람 사이에 무례가 없었다. 고려 말 충렬 왕 때 좌사간을 거쳐 민부상서와 예문관 제학을 지낸 동양의 바이블이라는 명심보감을 지은 로당(露當) 추적이 그다.

그 명심보감에 “복 있다고 복 다 누리지 마라. 복 다하면 몸이 빈궁하게 될 것이요, 권세 있다고 권세 다 부리지 마라. 권세 다하면 원한 산 사람을 만날 것이다.” (有福 莫享盡 福盡 身貧窮 有勢 莫使盡 勢盡 相逢 <明心寶鑑>)

금쪽같은 이 말을 순암 안정복이 사족을 단다. 사람의 일상에서 가장 힘쓸 것은 예다. 절세의 재주와 최고의 지략이 있더라도 예가 없으면 사람이 될 수 없다.(人之用力, 不過彛倫日用之常. 於此蹉失, 則雖有絶時之才高世之略, 不可爲完人也.<安鼎福 順庵集 卷十四 示弟鼎祿子景曾遺書)

그렇다. 굳이 증거를 들이대지 않아도 세상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공부를 아무리 잘하고 돈이 아무리 많고 권세가 있다한들 예(禮)가 없다면 그는 인간 말종이라는 사실을. 예는 절도를 넘지 않고, 남을 업신여기지 않고, 누구에게도 버릇없이 굴지 않으며, 예는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이는 것이다.

왜냐하면 미천한 사람이라도 반드시 존중할 면이 있기 때문이다.(禮, 不踰節, 不侵侮, 不好狎. 夫禮者, 自卑而尊人, 雖負販者, 必有尊也.禮記) 춘추 좌씨전을 쓴 좌구명은 노년에 눈이 멀어 국어를 썼는데, 다 쓰고 붓을 놓으면서 툭 던진 말이 “사람이 예가 바르면 욕이 몸에 미치지 않는다”는 말이라 한다.

이 말에 대하여 퇴계 이황은 주석을 단다. “버릇없는 자식은 제 어미에게 욕이 온다.” 가정에서 자녀를 미리 단속하지 않으면 반드시 버릇없는 데에 이르고, 버릇이 없는데도 막지 않으면 욕이 몸에 이를 것이니 자식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부모의 잘못이다.(諺云 驕子罵母 夫家人之子 不預防撿 則必至於驕 驕而不止 或至於罵 使子至此 亦父母之過也<李晃退溪集卷六 甲辰乞勿絶倭使疏)

며칠 전 모항공사 오너 큰딸의 무례가 극에 달해 전 국민적 분노를 샀다. 다급해진 오너인 그의 아버지가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라는 모양새를 취했다. 사과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낙수귀천(樂殊貴賤)하고 예별존비(禮別尊卑)라했거늘 평생을 낮은 자에게 머리 숙일 일 없던 그로서는 무척이나 낯설었을 것이다. 애비의 뺨을 치는 자는 자식이라더니 옛말 그른 말 하나도 없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