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월)

  • 흐림동두천 16.7℃
  • 흐림강릉 14.6℃
  • 흐림서울 17.7℃
  • 구름많음대전 13.5℃
  • 구름조금대구 14.8℃
  • 맑음울산 14.5℃
  • 구름많음광주 15.4℃
  • 구름많음부산 17.1℃
  • 구름많음고창 ℃
  • 구름조금제주 17.7℃
  • 흐림강화 16.5℃
  • 구름많음보은 12.4℃
  • 구름많음금산 9.6℃
  • 구름조금강진군 11.9℃
  • 맑음경주시 12.7℃
  • 맑음거제 15.5℃
기상청 제공

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양들의 침묵

우농의 세설

<우농의 세설>

양들의 침묵

말(談)중에 최고는 덕담(德談)이다. 덕담을 주는 자는 영광이 되고, 받는 자는 복이 된다. 그 이유는 덕담이 지니는 말의 향(香) 때문이다. 나이든 사람들은 배움의 길고 짧음의 유무를 떠나서 자신이 살아온 인생관이 응축된 철학을 젊은이들에게 나눠줄 의무와 책임이 있다.

예기 대학 왈, “돈은 집을 윤택하게 하고 덕은 몸을 윤택하게 하니 마음이 넓고 몸은 편하다. 그러므로 군자는 그 뜻 <본말>에 성실해야 한다.(富潤屋 德潤身 心廣體故 君子 必誠其意)” 분명한 것은 돈과 재물은 본이 아니다. 덕이 본이다(德本財末)라는 말에 대해 대학은 지극히 당연한 가르침을 준다.

군자는 먼저 덕을 쌓아야 하며. 덕이 있으면 사람이 있게 되고, 사람이 있으면 땅이 있게 되고, 땅이 있으면 재물이 있게 되나니…덕은 근본이고 재물은 말단이다.(君子 先愼乎德 有德此有人 有人此有土 有土此有財 德者本也 財者末也)

쉽게 말해서 돈을 벌 때는 반드시 도덕적으로 깨끗한 바탕위에 벌라는 말이다. 전국책 왈, 마음 씀씀이가 후한 사람은 남을 해쳐가면서 자신을 이롭게 하지 않는다. (厚者不毁人以自益也.) 제나라 경공은 말 4000필과 천하를 얻을 정도의 부자였으나 그가 죽자 아무도 그의 덕을 칭송하지 않는다.(左丘明 春秋左氏傳 哀公) 백이 숙제는 수양산에서 굶어 죽었지만 후대까지도 그의 덕을 칭송한다.(史記列傳)

시경 왈, 사람을 칭송함에는 부귀가 아니라 덕 때문이다.(詩經 大雅) 이를 공자는 논어에서 재해석하길 덕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으며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必有隣 論語里仁)

갑오년, 결과적으로 일부지만 갑들의 철없는 갑질로 을들이 피눈물 짓던 청 말의 해가 저물고, 을들이 고군분투하는 양의 해가 밝았다. 세상에 양만큼 온순한 동물은 없다. 양은 할퀴지도 들이받지도 물지도 발로차지도 않고, 울 때도 침묵으로 운다. 그렇지만 양은 결코 물에 빠져죽어도 개헤엄은 치지 않는다.

양들의 침묵이 끝나면 역사는 언제나 피로 얼룩졌다. 신미양요가 그랬고, 기미년 3·1 대한독립만세운동이 그랬고, 79년 10·26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그 해도 양의 해였다. 올해는 더 이상 갑들의 전쟁터에서 을들이 눈물을 훔쳐야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 양처럼 순한 을미년 한 가 됐으면 한다. 물론 양두구육(羊頭狗肉)만은 빼고….

<한학자 송우영>

※양두구육(羊頭狗肉): 양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①겉은 훌륭해 보이나 속은 그렇지 못한 것②겉과 속이 서로 다름③말과 행동(行動)이 일치(一致)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