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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리언(俚諺) 왈, 군자는 곁불을 쬐지 않는다

우농의 세설

<우농의 세설>

리언(俚諺) 왈, 군자는 곁불을 쬐지 않는다.

목이 말라도 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으며(渴不飮盜泉水 갈불음도천수) 더워도 나쁜 나무 그늘 에서는 쉬지 않으리(烈不息惡木陰열불식 악목음) 나쁜 나무엔들 어찌 가지가 없으랴(惡木豈無枝 악목기무지)

뜻있는 선비는 모든 면에서 마음이 고하구나.(志士多苦心 지사다고심) 진(晉)나라 육기(陸機)가 쓴 맹호행(猛虎行)모두(冒頭) 장(章)으로 문선(文選)에 실린 글 이다. 설원(說苑說叢)의 기록에 의하면 공자는 문도들과 천하를 주유(周遊)하면서 죽을 만치 목이 마른 적이 두 번 있었으나 물을 마시지 않고 지나간 곳이 있다 한다. 승모 마을에 도착해서 물을 마시지 않은 일과 지금의 산동성(山東省) 사수현(泗水縣)에 있는 도천(盜泉)의 샘물을 지나면서 물을 마시지 않은 일이 그것이다. 승모(勝母)라는 말은 자식이 어머니를 이긴다는 말로 세상에 이보다 더 패륜은 없으리라.

도천이란 말은 본래 도천(道泉)으로 임지에 부임하기 전에 도덕적으로 깨끗한 목민관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마시는 물인데 훗날에는 많은 관리들이 도와는 상관없이 습관적으로 이 물을 마셨다한다.

그 후 관리들의 부패는 하늘을 찔렀고, 백성들 사이에서는 도학자의 물인 도천(道泉)이 도둑의 물인 도천(盜泉)으로 불렸다 한다. 본디 권력과 돈과 명성에는 부패를 멀리 하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가장 청렴한 관리는 자신의 봉록 이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며 설령 관가(官家)의 일로 회식을 하고 남은 음식일지라도 이 또한 가지고 돌아가지 않는다.

다만 채찍 하나만 쥐고 갈 뿐이다. 이것이 옛날에 청렴한 관리들의 생활이라고 다산은(丁若鏞 1762.6.16.-1836.2.22.)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말했다. 아무리 삶이 곤해도 바르지 않으면 탐하지 않는다는 지독한 유가(儒家) 정신이다. 공자가어에서는 이를 인이라 하여 어질지 못 한자는 곤경에 처해도 오래 버티지 못하며 즐거움에 처해도 오래 즐기지 못한다.(不仁者不可以久處約不可以長處樂)는 말이다.

공자는 인을 곧잘 예로 풀곤 했는데 탐심이나 곤경에 처하는 것은 예의빈곤 때문이라 한다. 공손하되 예가 없으면 고달프고, 신중하되 예가 없으면 비겁해지며, 용감하되 예가 없으면 난폭해지고, 강직하되 예가 없으면 부러진다. 쉽게 말해서 너무 공손하면 비굴해지고, 너무 신중하면 소심해지며, 너무 강하면 문제를 일으키고, 너무 강직하면 극단적이 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