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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나라의 어린이와 국민교육헌장, 애절양 그리고 진시황과 황희-욕심이 없는 권력은 영원하다.

오룡의 역사 타파(68)

오룡의 역사 타파(68)

새나라의 어린이와 국민교육헌장, 애절양 그리고 진시황과 황희
-욕심이 없는 권력은 영원하다.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잠꾸러기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새나라의 어린이는 서로서로 돕습니다. 욕심장이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광복 직후 나온 윤석중이 작사한 창작 동요 <새 나라의 어린이>다. 1절보다 더 와닿는 내용은 2절이다. 1945년 8·15 당시의 어린이들이 원했던 세상은 부지런히 일하지만 서로 돕고 나누는 나라, 정의로운 나라의 건설이었다.

“우리의 창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나라가 발전하며,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길이 후손에 물려줄 영광된 통일 조국의 앞날을 내다보며, 신념과 긍지를 지닌 근면한 국민으로서, 민족의 슬기를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새 역사를 창조하자.”

1968년 제정된 국민교육 헌장은 각종 기념식과 기념일까지 제정되어 1993년까지 국가 주도하에 이어져 왔다. 한민족으로서의 긍지, 개인 윤리 의식의 고취, 국민이 지켜야 할 도리, 개인과 국가의 일체감 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시절이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어쩌면 그런 정신이 일정부분 시대적 공감을 얻은 측면이 있었기에 영화 국제시장은 천만 관객을 모았을 것이다. 
                             


마도입방혈만석(磨刀入房血滿席) 남편 칼을 갈아 방에 들자 자리에는 피가 가득 자한생아조군액(自恨生兒遭窘厄) 자식 낳아 군액당했다고 한스러워 그랬다네 잠실음형기유고(蠶室淫刑豈有辜) 무슨 죄가 있어서 잠실 음형당했던가?

다산 정약용이 지은 애절양의 일부 내용이다. 절양(絶陽)은 남성의 생식기를 자른다는 것이다. 200년 전 조선의 아비들은 낳은 지 사흘 된 아들이 군적에 오르는 상황에서 아이 낳은 것을 한스러워 한 것이다. 그렇게 부패한 권력이 백성을 수탈해 간 조선은 개혁다운 개혁을 하지도 못한 채 멸망했다.

진시황이 서복에게 어린 남녀 수천 명을 주고는 멀리 동쪽에 가서 불로초를 구해 오도록 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는 최고 권력자도 시간의 흐름을 잡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세운 진나라가 영원 불멸 해서 자신은 1대 황제(시황제)이며 다음은 2대, 3대…로 무궁토록 이어지리라 생각했다.

그의 권력 집착은 스스로 모순되는 꿈을 꾸었다. 바로 불로불사를 염원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2대, 3대는 없이 자신이 영원히 황제를 하겠다는 것이다. 진시황의 비극이고 진나라의 멸망 원인이다.

 

조선 최고의 명재상인 황희는 청백리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 사관은 실록에 이렇게 평했다.“황희는 관대하고 후덕하며……집을 다스림에는 검소하고, 기쁨과 노여움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다.”

그의 아들 황수신도 영의정에 올랐다. 사관은 실록에 그의 일생을 다섯 자로 정리했다. 성황 심역황(姓黃 心亦黃), 성도 누렇고 마음도 누렇다는 뜻이다. 청백리 황희에 대한 평가에 대한 사관들의 논평은 촌철살인이다.

권력을 흔히 위력 과시로 생각하여 복종하게 만들려는 자들은 하수들이다. 요즘으로 치면 갑질이다. 좋은 권력은 은혜로 기억되며, 평범한 권력은 묻혀 지나간다. 가장 나쁜 권력은 원한을 남기는 것이다. 그 원한은 가장 오래 기억되며 확대 생산된다.

그러니 진실로 중요한 것은 서로 돕는, 욕심이 없는 권력이어야 한다. 그래야 오래 간다.

오룡 (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경기도립 중앙도서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