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일)

  • 맑음동두천 23.9℃
  • 맑음강릉 19.4℃
  • 맑음서울 25.6℃
  • 맑음대전 27.4℃
  • 맑음대구 30.4℃
  • 맑음울산 23.1℃
  • 맑음광주 26.3℃
  • 맑음부산 22.1℃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21.9℃
  • 맑음강화 21.1℃
  • 맑음보은 26.8℃
  • 맑음금산 26.0℃
  • 맑음강진군 26.6℃
  • 맑음경주시 25.7℃
  • 맑음거제 25.5℃
기상청 제공

염치없는 양아치와 야합하는 정치인들…깜냥이 안된다는 의미로 통했다.

오룡의 역사 타파(70)

오룡의 역사 타파(70)

염치없는 양아치와 야합하는 정치인들…깜냥이 안된다는 의미로 통했다.

8·15 광복 직후에 거지들의 조직이 분업화되었다.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얻어 오는 것을 상납 받아 생활하는 왕초, 왕초의 시종 역할을 잘해서 얻어 먹는 자들이 똘마니였다.

날치기는 막무가내 빼앗아 오는 자, 꽃제비는 몰래 훔쳐 오는 자(지금은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북한의 어린 아이들을 지칭하는 은어)로 조선 후기에 소매치기에서 생성된 용어였다.

장타령은 각설이 타령의 평범한 예능을 보여주고 먹을 것을 요구하는 자들이었고, 남이 버린 물건을 주어오는 자들을 쓰레기라 부르기도 했다. 이들은 곧 넝마주이로 불렸다. 구걸꾼은 남의 집이나 점포 앞에서‘한 푼’을 요구하며 떼는 쓰는 자들이었다.

양아치라는 말은 한국전쟁 이후의 빈곤기에‘동냥아치’가 변한 것으로 날치기에 가까운 자들이었다. 주로 깡패와 건달 사이를 오가는 자들로 거지 근성을 버리지 못한 이들을 부르는 비속어의 상징이었다. 최소한의 염치도 없는 자들로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 자들을 이렇게 불러온 것이다.
*
‘야하다’라는 말은 1960년대 후반 이후에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농촌을 떠난 많 은 젊은이들이 직업을 구하면서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사전적 의미로는‘천하게 아리땁다’,‘깊숙하지 못하고 되바라지다’라고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노출이 심하다, 자극적이다, 섹시하다는 의미로 이해한다.

‘야하다’의 야는 풀무질 야(冶)로‘달아오르게 하다’라는 뜻과 들 야(野)를 쓰기도 하는데 거칠고 황량한 들(野)자가 들어가는 야만, 야비, 야수, 야심, 야욕, 야합은 좋은 뜻으로 해석되지 않는 것이 많다. 사마천의 사기 ‘공자세가’편에서 ‘공자의 부모가 야합하여 공자를 낳았다’고 쓰고 있다.공자를 추앙했던 사마천의 의도는 무엇일까. 그가 공자를 두고 야합으로 태어났다고 한 까닭은 왜 일까?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고자 한 그의 사가(史家)로서의 입장이다. 이럴 때 야합은 직역이 가능하여 ‘들에서 합친다’는 해석이 된다. 문자 그대로 들에서 정을 통했다는 의미로 정상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의미다. 즉, ‘예의에 합당치 못한(野) 결합(合)’이라는 뜻이다. 공자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결혼식도 올리지 않고 동거부터 했다는 얘기다. *

영조 38년인 1762년, 남병사 윤구연이 금주령 중에 술을 마셨다면서 대사헌 남태회가 윤구연의 파직을 청한다. 영조는 “과연 들리는 바와 같다면 응당 일률(一律)을 시행해야 한다. 그에게 어찌 파직만으로 그치겠는가?”라면서 윤구연을 잡아오라고 명령한다. 증거물로 가져온 술 냄새 나는 병을 보고는 참수 했다. 참수형을 반대한 3정승과 사간원 관리도 파직시켰다.

어떤 일을 감당할 만한 능력이나 자격을‘깜냥’이라고 한다. 깜냥이 안되는 사람에게 중책을 맡기지 않으려고 도입한 인사 청문회가 가혹하다는 불만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이유이다.

최소한의 염치있는 공직자에게 야합이란 어울리지 않는다. 약자에겐 관대하고 강자에겐 가혹했던 영조의 엄격함을 알지 못한다면 깜냥은 아닌 듯하다.

오룡 (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경기도립 중앙도서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