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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20-인생 따위 엿이나 먹으라고?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저자: 마루야마 겐지 / 출판사:바다출판사

최은진의 BOOK소리 20-인생 따위 엿이나 먹으라고?

   
◎ 저자 : 마루야마 겐지 / 출판사 : 바다출판사 / 정가 :12,000원

인생 따위 엿이나 먹으라고? 인생이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라고? 이렇게 위험하고 강렬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확고하게 눈치 보지 않고 쏟아내는 사람은 일본의 독설가로 알려진 작가 마루야마 겐지. 주관없이 흔들리는 사람, 부모에게 독립하지 못한 채 무너져 가는 사람, 그리고 감상적인 사랑 놀음에 빠져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들에게 쓴 약이 될 그의 말들을 들어보자.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나”라든가 “신 따위, 개나 줘라”라든가 “애절한 사랑 따위, 같잖다” 등의 말들은 다소 과격하고 공격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남의 손에 급소를 내준 인생들에게’ 그는 말한다. “불안과 주저와 고뇌야말로 살아있다는 증거다.”, “자신의 껍데기를 깨부술 힘은 자신에게만 있다.”, “자유와 함께하는 삶만이 존재의 기반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죽비소리처럼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그런 거침없음은 그의 말과 그의 삶이 일치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그는 1966년 <여름의 흐름>이라는 작품으로 최연소 아쿠타가와상 수상을 하면서 화려하게 문단에 신고식을 치렀지만, 패거리를 지어다니는 일본 문단계에 회의를 느끼고 철저히 혼자서 은둔 작가 생활을 시작한다. 오직 생계를 위한 글쓰기를 위해…. 그런 그가 전하는 직설적인 쓴소리는 읽는 내내 뜨금해지기도 하고, 아직도 감정에 이리저리 휩쓸려 냉철한 판단을 못하는 우리를 부끄럽게 하기도 한다. 굳이 들춰 보고 싶지 않은 불쾌한 삶의 단면들을 끄집어내어 어떤 사람에게는 불편할 수 있는 현실을 꼬집어 말한다. 괴팍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지만 에두르지 않고 비판하는 국가관과 사회관은 언행일치의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강직함이 느껴진다.

마지막 장에선 그는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는 멋진 말로 우리를 감동시킨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고찰과 칠십 여년을 살아오면서 궁지의 순간에 비로소 삶의 핵심이 숨겨져 있음을 발견한다는 것. 힘들고 고단한 삶의 굽이굽이에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감동이 있다고 확신하며. 그의 말대로 어차피 죽을 몸인데, 자신의 인생을 사는 데 누구를 거리낄 필요가 왜 있으며, 왜 겁을 내고 위축되고 주저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