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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21-깊이없는 깊이에의 강요

깊이에의 강요 / 저자 : 파트리크 쥐스킨트 / 출판사 : 열린 책들

최은진의 BOOK소리 21-깊이없는 깊이에의 강요
   
◎ 저자 : 파트리크 쥐스킨트 / 출판사 : 열린 책들 / 정가 :10,800원

<향수>, <좀머씨이야기>등으로 유명한 소설가 파트리크 쥐스킨트. 세간의 관심을 피해 문학상 수상도 거부하고 인터뷰는 물론 사진촬영조차 기피하는 소설가. 그의 문학과 삶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세 편의 소설과 한편의 에세이를 담은 책이다.

왜 나는 깊이가 없을까? 읽은 책을 왜 기억하지 못할까? 살면서 순간순간 스치는 고민이지만 말 그대로 순간에 지나쳐 버리기 쉬운 삶에 대한 우리의 고민을 다시 한 번 짚어준다. 거짓깊이로 혹은 얕은 깊이로 깊이를 강요받는 시대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우리가 아닌가.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어떤 종류의 깊이이며, 그 깊이는 얼마나여야 되는가? 물론 여기에 정답은 없다.

<깊이에의 강요>는 “깊이가 없다”는 어느 평론가의 의미 없는 한마디에 예술적 고뇌에 몸부림치다 자살하는 여류화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얼마나 평판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지, 그것으로 얼마나 나약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승부>는 인생의 축소판인 체스 게임의 진행과정을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묘사했다. 체스 고수와 그에 도전한 무모한 청년 사이에서 대중들이란 얼마나 영악하고 비열한지, 자기가 이기지 못하는 누군가가 무너지기를 바라는 심리를 잘 보여준다.

<장인 뮈사르의 유언>은 화석화되는 지구에 대한 경고를 유언으로 남기는 어느 한 장인의 이야기. 우리 마음이 화석화되어 삭막해져 가는 것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문학적 건망증>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게 될 저자의 에세이. 언젠가 분명 읽었음에 분명한데 주인공 이름도,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 것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화두를 던져준다.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보며 내용이 기억나지 않고 심지어 읽는 당시 큰 감동으로 본인이 밑줄까지 그어 놓은 것조차 잊어버린 것에 고민하는 파트리크 쥐스킨트를 온몸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을 터.

그러다 독서란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기에, 그 변화를 인식할 두뇌조차도 같이 변했기에 깨닫지 못하는 것이라고 위안하며 결론은 “너는 네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