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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24-시간을 도둑맞을지도 모른채 “더 빨리” 만 외쳐

시간 도둑 / 저자 : 밥 타일러 / 출판사 : 주니어파랑새

최은진의 BOOK소리 24-시간을 도둑맞을지도 모른채 “더 빨리” 만 외쳐
   
◎ 저자 : 밥 타일러 / 출판사 : 주니어파랑새 / 정가 : 10,000원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 있다면 바로 시간이다. 어떤 사람도 사건도 자연도, 심지어 위대하다는 사랑도 시간 앞에서만큼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 시간이 이대로 영원히 멈춰버린다면? 우리가 보는 세상은 인간들의 세상이다. 인간이 중심이 되어서 인간이 움직이는 세상인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인간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이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국 그리니치공원을 산책하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시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전제와 인간이 보지 못하는 또다른 세계에 관한 저자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탄생한 멋진 판타지 소설이다.

이 책은 어린이의 눈으로도, 어른의 눈으로 읽어도 나름의 기준에서 깊은 생각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시간에 쫓겨 정작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사는 어른들에게도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진정한 삶의 가치와 행복을 생각해 보게 한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흥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더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시간을 지키려는 가디언들과 시간의 질서를 깨려는 지하세계의 악당족 뤠카족간의 치열한 다툼이 흥미진진하다. 다가올 천년의 시간을 지켜줄 시계에 반드시 필요한 째깍이를 되찾으려는 소피와 티미의 노력. 시간의 혼돈을 막기 위한 가디언들의 노력에 감동받고 단순하고 머리를 쓸 줄 모르는 뤠카족들의 어이없고 멍청한 행동에 웃음이 난다. 시간의 소중함은 물론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소중한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라는 꾸짖음을 한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화두는 시간이다. 주인공 소피가 깨닫게 된 소중함은 기다림과 믿음의 미학이다. 한 알만 먹으면 하루종일 물을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약을 파는 <어린왕자>의 약장수. 그 약장수가 물먹는 시간 53분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하자 어린왕자는 '내게 맘대로 쓸 수 있는 53분이 있다면 맑은 샘을 향해 천천히 걸어갈 텐데....' 라고 중얼거리며 말한다. “사람들을 급행열차에 올라타지만 그들이 찾으러 가는 게 무엇인지 몰라.” 우리는 시간을 도둑맞을 지도 모른 채 “더 빨리”를 외치며 급행열차에 올라타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