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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27 - 먹을 통해 멋을 보다

그림소담 - 간송미술관의 아름다운 그림 /저자 : 탁현규 / 출판사 : 디자인하우스

최은진의 BOOK소리 27 - 먹을 통해 멋을 보다
   
◎ 저자 : 탁현규 / 출판사 : 디자인하우스 / 정가 : 13,000원

오늘도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눈을 뜬 순간부터 일터로 나가기 위해 몸도 마음도 바쁜 시작을 하지 않았는가? 집에서 노는 주부라고 다를까. 집안일에, 가족들 뒷바라지에 몸도 마음도 바쁜 건 매한가지다. 청년실업자도 마음은 누구보다 조급하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바쁘지 않으면 부족하고 한심한 사람 취급 받는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원래 이런 민족이 아니었다. 풍류와 멋을 아는 선조를 둔 우리 한민족이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간송미술관 비밀의 화첩에서 꺼내보는 아름다운 그림을 통해 여백이 주는 풍요로움을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즐겼는지 살펴보자.

저자인 탁현규는 일년에 딱 두 번만 문을 여는, 베일에 싸인 간송미술관의 30편의 작품을 엄선하여 그의 시선을 담아냈다. 우리 그림에서만 두드러지는 특징인 꽃, 보름달, 해돋이, 봄바람, 푸른 솔, 독락, 풍류의 일곱 가지 주제로 나눠 그림에 친절한 해설과 감상편을 곁들였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읽다보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실감난다. 문화재로만 생각했던 우리 그림을 그림 그 자체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먹 하나만으로 우리의 풍류와 산천과 생활을 그야말로 멋지게 표현했다는 경이로움, 그 흔적을 통해 선조들의 자연애과 인간애를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옛사람들의 흔적을 쫓다보면 우리 마음 한 귀퉁이에 빈 공간 하나가 생겨난다.

책을 다 보고 나면 자연스레 서양미술과 동양미술의 차이점을 생각해보게 된다. 서양미술은 전문 화가들의 것이었지만, 우리는 선비가 화가였고 그 시대의 지식인이었다. 교육의 덕분(?)으로 서양 중심의 문화에 훨씬 더 많이 노출되어 있는 우리에게 동양 그림에서의 음양조화와 여백의 미를 생각게 한다. 서양 그림의 화려한 색감과 다양함에 익숙해진 우리의 뇌를, 세상과 사물과 사람의 조화로, 단순한 간결함으로, 정화시켜준다. 그림에 의도된 여백을 담았고 삶의 철학을 담았다. 우리가 바쁜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며 휴식이 절실할 때 김희겸의 ‘산에 사는 즐거움’(P.146)을 보시라. 옛사람들이 꿈꿨고 실천했던 휴식이란 “졸리면 자고 목마르면 마시고 걷고 싶으면 걷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