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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29-홀로그램의 옷을 입고 사랑을 갱신하다

시간의 옷 / 저자 : 아멜리 노통브 / 출판사 : 열린책들

최은진의 BOOK소리 29-홀로그램의 옷을 입고 사랑을 갱신하다
   
◎ 저자 : 아멜리 노통브 / 출판사 : 열린책들 / 정가 :10,800원

시간이라는 소재는 무궁무진하게 우리에게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이 책에서도 주인공은 시간을 앞질러 26세기로 소환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특이한 점은 소환된 작가 자신인 아멜리 노통브와 셀시우스의 대화만으로 이 소설을 끌고 나간다는 점이다.

아름다운 도시 폼페이가 화산폭발로 지구상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누군가의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이라는 의문을 품는 아멜리.

1995년에서 2580년으로 소환된 그녀와, 그녀를 소환한 셀시우스의 엉뚱하지만 철학을 담고 있는 몇 시간 동안의 대화를 책 한권에 담아냈다. 그녀의 궤변은 소름끼치게논리정연하면서도 유쾌하다. 발상은 엽기수준으로까지 치닫는 면이 있지만 얼마나 많은 철학이 담겨 있는지 한마디 한마디가 거침이 없고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쉽게 읽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하게 해준다.

이 책에서 그려지는 미래는 이렇다. 작위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노골적으로 계급화 된 사회, 차라리 인간의 위선을 걷어낸 독재를 하고 가치있는 것을 보존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파괴를 하고, 닳지 않는 홀로그램의 옷을 입고 극심한 이혼율 때문에 3년마다 결혼을 갱신하는, 합리와 효율이 지배하는 사회. 그녀가 보여주는 기발하고도 왜곡된 미래의 모습을 그저 웃고만 볼 수 는 없는 것은 지금의 현실을 비추어 보았을 때 아주 틀린 것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생각해내는 그녀의 지능이 부러운데, 아멜리는 지능에 대해서도 이렇게 시니컬한 태도를 보여준다.
준다.

“지능을 평가하는 것은 미모를 평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공정한 일입니다. 지능과 미모는 65퍼센트까지는 타고난 특성이거든요. 불공정하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죠.”

20세기 작가와 26세기 지성인의 논쟁은 타협점을 찾을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여기서 아멜리 노통브가 말하고 싶은 것은 ‘시간의 옷’을 통해서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는 진실이 존재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