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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30-한장의 담요가 주는 위안

담요 /저자 : 크레이그 톰슨 / 출판사 : 미메시스

최은진의 BOOK소리 30-한 장의 담요가 주는 위안
   
◎ 저자 : 크레이그 톰슨 / 출판사 : 미메시스 / 정가 : 24,800원


‘담요’라는 말이 주는 따뜻한 느낌이 있다. 그래픽 노블의 거장 크레이그 톰슨의 자전적 작품 <담요>는 제목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그래픽 노블의 고장인 미국에서도 최고의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어린 시절 주인공은 왜소한 몸과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왕따를 당하게 된다. 성장하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가지 상황 중 처음으로 마음을 열게 되는 첫사랑 레아로 인해 주인공은 변화를 겪는다. 그 과정에서 선과 악에 대해, 그리고 인생에 관한 고뇌를 엿볼 수 있다.

누구에게나 순수하면서도 아름다운 시절이 있다. 크레이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그 시절을 재현해 낸다. 인생의 긴 시간 중 레이나와 함께 한 14일이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게 된 주인공.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상황은 사랑하는 두 남녀를 순탄하게 해피엔딩으로 몰아주진 않는다. 떨어져 있는 동안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 그들도 마음은 식고 사랑은 낡아가고 추억만 남겨진다. 그러나 크레이그에게는 그녀가 직접 만들어 선물한 담요가 남아서 외로운 빈자리를 채워준다. 모든 것을 다 버렸으나 차마 버리지 못한 그 담요 한 장, 비닐에 쌓인 채 봉인되어 있던 담요를 덮고 위안을 얻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담요는 사람들과의 기억을, 사랑을 이어주는 상징적인 매개체인 셈이다. 그렇다고 이 이야기가 자조적인 고백이라든가 상처극복의 과정을 보여주는 진부한 내용만은 아니다. 그저 담담하게, 고독하게 보여줄 뿐이다. 사랑이 가진 치유의 힘을 말하지 않고 독자가 느낄 수 있게 보여줄 뿐이다.

이 작품은 저자의 천부적인 재능이 빚어낸 멋진 그림과 함께 보여줌으로써 특별해진 청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화려한 색감을 입힌 현란한 그림이 아니라 흑백으로 간결함을 강조하면서도 섬세한 내면묘사가 뛰어난 그림으로 미완성의 아름다움을 완성했다. 생소할 수도 있는 이 장르는 만화책 형태를 띠기는 하지만 소설만큼 탄탄한 내러티브와 복잡한 설정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만화가 문학이 되고 예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담요’ 한 장의 힘은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