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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31

   
“1978년 이후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유지 보수자의 운명을 띠고 세상에 났으며 이들은 부품으로 태어난 노예로 죽을 팔자”란다. 표백세대의 대표 주자인 주인공 세연이 하는 주장이다.
모든 틀이 다 짜여 있는 세상에서 옴짝달싹 할 수밖에 없게 된 젊은 세대가 ‘표백 세대’다. 더 이상 보탤 것도 변화될 것도 없는 “완전한 사회”에서 폭력적으로 주입을 받아온 표백세대들은 꿈이 없고 의지도 없다. 그런 세대를 보고 기성세대들은 분노할 줄 모르고 치열하지 않으며 노력하지 않는다고 멸시한다. 그래서 세연을 필두로 한 이른바 표백세대들의 반란이 시작된다.
세연이 만든 자살사이트는 동조를 하는 많은 청춘들에 힘입어 회원수가 폭주하고 잔인하고 엽기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살해하는 청춘이 늘어간다. 누가 그들을 그렇게 몰아 붙였을까라는 사회적 책임을 느끼게 한다. 자살이 패배나 갈등을 견디지 못해 하는 극단적 선택이 아닌, 능동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이라는 것으로 자살을 정당화한다. 어둡고 말하기 껄끄럽고 퇴폐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이야기를 쏟아내는 청춘은 아픔을 표현할 줄도 모른다. 극단적이고 편파적일 수 있는 이론과 세계관이 나름의 체계와 논리가 있어 어느 정도 수긍을 하게 한다.
파격적인 소재로 일반적이지 않은 인물들의 성격, 그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에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정할 수조차 없는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젊은 세대는 어떻게 위대함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자는 것이 저자가 전하고자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작가의 말처럼 세상은 정말 바꿀 게 없고 변화가 불가능한 완전한 사회일까, 아님 그런 의지조차 박탈해가는 고도로 계산된 불완전함의 끝을 보여주는 사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