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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우농의 세설

<우농의 세설>

어디서 뭘 하든

일제 강점기 때 고문으로 사지가 절딴 난 사람은 심산(心山) 김창숙(金昌淑)님이시다. 그의 아호 벽옹(躄翁 앉은뱅이 노인· 고문당해 앉은뱅이 됨)에서 보듯이 그는 앉은뱅이다.

조선총독부를 향해 눈길도 줘서는 안 된다며 총독부와 반대 방향으로 집을 지은 사람은 만해 한용운님이시다. 심산처럼 고문을 견딜 수도 없고 만해처럼 집을 돌려지을 만치 강단도 없기에 난 죽을 때까지 일제에 허리를 숙이지 않으리라며 선 채로 세수를 했던 이는 단재 신채호님이시다. 이 세분을 일러 세상은 일제 강점기 3절(三節)이라 불렀다.

대한민국 땅에서 숨을 쉬고 사는 모든 분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일정부분 이분들에게 마음의 빚이 있음을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들의 시에는 음풍농월이 없고 오직 우국충정뿐이다. 어찌 이 땅엔 3절만 있으랴. 1910년 일제에 의해 나라가 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수많은 우국충절의 선비들이 벌떼같이 일어났지만 그중에 향산(響山) 이만도(李晩燾1842-1910.9.8) 선비를 비껴 갈순 없다.

그는 퇴계(退溪) 이황(李滉)의 후손으로 대사성을 지낸 이휘준(李彙濬)의 둘째 아들이며, 고종3년 1866년 약관(25세)에 정시 문과로 등과한 인물이다. 나라가 망하자 스스로 죽기를 청하여 곡기를 끊고 굶어 죽어간 선비다. 그가 죽어가면서 입으로 불러서 시종이 받아 적어서 후세에 전해지는 시 한 수가 있는데 숨이 끊어지기 6일전에 완성했다는 시다. 흉중훈혈진(胸中葷血盡)/가슴속 추악함 다 씻고 /차심경허명(此心更虛明) /이 마음 다시 비니 밝구나 /명일생우한(明日生羽翰) /명일 날개 생겨 날아오르면 /소요상옥경(逍遙上玉京) /하늘 위에서 소요 하리라/ 각수모첨좌(閣瘦茅簷坐)/ 야윈 몸 초가에 기대니/ 천종야심심(川淙夜深深)/ 냇물소리 밤 시름 깊네 / 만리수미정(萬理雖未淨)/세상이치 깨치진 못했지만 / 녕순자안심(寧順自安心)/ 하늘에(이치에) 순응하니 맘은 편쿠나.

8월15일은 광복 70년이요, 경술국치(庚戌國恥 1910.8.29)105년이 되는 날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골 때리는 일이 딱 두 개가 있는데 군대도 안 갔다 온 분이 쟁쟁한 별들 단체 집합시켜놓고, 일장연설하는 것이 그중 하나요. 집안 분들 중에 친일 전적 있거나 의혹 있는 분들 또는 그 후손들이 광복절 같은 행사 때 목에 핏대세워가면서 애국 운운 하는 거다. 어디서 뭘 하든 국가관은 분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