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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룡의 역사 타파(91)

우리는 지금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가.
‘정신대’와 ‘종군 위안부’, 일본군 ‘위안부’의 의미를 알기나 하는가?

식민지 조선의 징병제 실시 소식에 김활란은 감격한다. 그 절정의 기쁨을 1942년 12월, 가장 친일적인 대중잡지 신세대에 남겼다.

‘이제야 기다리고 기다리던 징병제라는 커다란 감격이 왔다.…… 지금까지 우리는 나라를 위해서 귀한 아들을 즐겁게 전장으로 내보내는 내지의 어머니들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러나 반도여심 자신들이 그 어머니, 그 아내가 된 것이다.…… 이제 우리도 국민으로서의 최대 책임을 다할 기회가 왔고, 그 책임을 다함으로써 진정한 황국신민으로서의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다. 생각하면 얼마나 황송한 일인지 알 수 없다.’

제국주의 일본은 1937년 중일 전쟁을 일으키면서 침략 전쟁을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전쟁 승리를 위해 국가 총동원법이 시작되고 식민지 조선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내놓아야 했다. 곡식은 물론이고 놋그릇, 숟가락을 가져 가더니 1944년 부터는 본격적으로 강제 징용과 징집이 시작됐다.
남자들이 군인으로, 노동자로 끌려가면서 조선의 일손 부족이 심각해졌다. 새로운 노동력의 충원이 필요해 지자 여성들에게 집 안에서만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제는 일손이 부족한 곳에 사람들이 필요할 때는 군대식 체계인 대(隊) 단위로 묶어 운영했다. 그중 하나가 ‘여자 근로 정신대’다.
문제는 조선 여성들을 ‘대(隊)’로 모았다고 해서 일의 능률이 올라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사 소통이 가능하려면 최소한 초등 교육을 마쳤거나 업무 경험이 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모집하해야 했다.
일제는 이런 능력을 가진 여성들을 모으기 위해 학교, 면사무소, 직업 소개소 같은 기관을 중심으로 교장과 교사, 면 사무소 직원들을 동원해서 황국 신민으로서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라고 꼬드겼다. 여자 근로 정신대에 가면 일하면서 공부도 할 수 있다는 말에 새로운 기회처럼 보였을 것이다.
김활란은 1943년 매일신보에 다시 한 번 감동의 글을 실었다. 이 글이야말로 김활란 본인의 여성성을 확인받을 수 있었기에 징병제보다 더 감격했을 것 같다.

‘아세아 10억 민중의 운명을 결정할 중대한 결전이 바야흐로 최고조에 달한 이때 어찌 여성인들 잠자코 구경만 할 수가 있겠습니까.……이번 반도 학도들에게 열려진 군문으로 향한 광명의 길은 응당 우리 이화전문학교 생도들도 함께 걸어가야 될 일이지만 오직 여성이라는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참여를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싸움이란 반드시 제일선에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학교가 앞으로 여자특별연성소 지도원 양성기관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인 동시에 생도들도 황국여성으로서 다시 없는 특전이라고 감격하고 있습니다.’

정신대는 일제의 인력 동원 정책을 말한다. 남녀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신대와 위안부는 좀 더 세밀하게 나누어서 접근해야 한다. ‘종군 위안부’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군을 따라다니며 위안을 주었다는 의미다. 침략의 역사를 감추려는 일본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반면 일본군 ‘위안부’는 일본군의 전쟁 범죄의 책임과 역사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자 당시의 용어를 그대로 쓰지만 결코 그 말(위안이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는 뜻)에 동의하지 않음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확실한 의미 전달을 위해 이미 통용되어 온 ‘위안부’라는 이름을 사용하되, 범죄 주체인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라 불렸던 것과 구분하기 위해 작은따옴표를 반드시 붙여 쓴다.
‘딸이나 어머니가 위안부 피해자였어도 일본을 용서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는 엄마 부대 봉사단의 대표라는 사람과 김활란은 다른 시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이 맞단 말인가?


오룡 (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경기도립 중앙도서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