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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룡의 역사 타파(92)

오룡의 역사 타파(92)

진실을 왜곡하는 기자들의 기사는 얼마나 많을까?

그 기사로 인해 얼마나 많은 반목과 갈등이 진행되고 있는가?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이다”라고 말한 크로체의 주장은 분명하다. 역사가는 역사의 관찰자이며 참여자이다. 역사가들이 쓰는 역사서는 역사가 본인 시대의 관점이나 그들의 미래에 대한 어떤 교훈을 염두에 두고 쓰게 된다. 우리가 접하게 되는 대부분의 진실이란 것은 어떤 사실을 기억하고자 쓰여진 것이 아니라 기억하려는 것만을 써낸 보고서 일지도 모른다.

1945년 12월27일, 모스크바 삼국 외상 회의가 한창이던 때 남한을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동아일보의 1면 기사는 미래를 계산하고 쓴 기사였을까?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린 “외상 회의에 논의된 조선 독립 문제, 소련은 신탁통치 주장, 소련의 구실은 38선 분할 점령. 미국은 즉시 독립 주장”이라는 내용은 취재한 기사도, 사실 보도도 아닌, 명백한 오보였다.

한반도의 신탁통치에 대한 언급은 1943년 얄타에서 나왔다. 미국의 루스벨트, 영국의 처칠, 소련의 스탈린이 모인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건 미국이었다. 스탈린은 한반도를 바로 독립시켜야 한다고 말하지만 루스벨트는 3개국 혹은 4개국에 의한 신탁통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탈린도 미국의 주장에 반대하지 않고 “신탁통치는 짧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루스벨트는 40년 간의 후견기간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이 필리핀을 40년 간 훈련시켰지만 아직도 독립 준비가 미흡하다”는게 루스벨트가 내세운 근거였다. 루스벨트는 얄타 회담 2개월 뒤 뇌출혈로 세상을 뜨지만 미국의 한반도 신탁통치 구상은 모스크바 3상회의에서 실현된 것이라 볼수 있다.

미군정의 검열이 철저했던 시기에 동아일보의 보도는 당국의 용인없이 기사화 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동아일보의 오보의 배후를 미군정으로 본다면 그이유는 명백하다. 당시의 민족 감정상 타국의 지배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신탁통치’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러한 신탁통치를소련이 지지한다고 하면 좌익에 우호적인, 소련에 낙관적인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독립운동 세력들을 고립화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인가.

동아일보 사장 송진우가 오보를 인정하고, 신탁통치의 진실을 파악하고 무조건적인 반탁에 대한 신중론을 펴다가 암살 당한다. 김창룡과 노덕술 같은 친일 경찰 출신이 애국자 행세를 시작하는 시점도 이때다.

신탁통치는 한반도에서 진행되지 않았다. 대신 38선을 나누고 3년간의 미·소 군정이라는, 신탁통치보다 더한 외국 군대의 무력적 간섭에 의한 통치가 시작된다. 그결과는 참담한 분단의 비극으로 이어졌다. 역사에 가정은 불필요하다. 하지만 모스크바 3상회의에서 결정된 한국에 관하여 협의한 구체적 내용들이 원안대로 진행 됐더라면.

첫째, 한국을 완전한 독립국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임시정부를 수립한다. 둘째, 한국 임시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미국과 소련의 양군사령부 대표로서 미·소공동위원회를 2주일 이내에 구성한다. 셋째, 한국의 완전한 독립을 목표로 미국, 소련, 영국, 중국 4개국에 의한 최고 5년간의 신탁통치안을 협의한다.

물론, 모스크바 삼상회의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고 분단이 없었을 것이라는 것 자체가 지나치게 순진한 예측일 것이다. 회의 이후에 시작된 냉전으로 인해 미국과 소련은 한반도를 완전히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신탁통치와 관련된 언론의 오보로 인해 남한내에서의 갈등의 심화와 친일 세력들이 애국자로 등장하는 사태는 발생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도 미래의 권력을 잡기위해 현재의 진실을 왜곡하는 기자들의 기사는 얼마나 많을까? 또 그 기사로 인해 얼마나 많은 반목과 갈등이 진행되고 있을까?


오룡;(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경기도립 중앙도서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