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그날 – 현장에서 역사를 보다’
모든길은 사후의 길이며 정치적인 길이다. 그게 역사로 남아 밟고 다닌다.
강화 내성에서 진도 용장성으로, 다시 탐라의 항파두리성으로 연결된 길은 바다위에 선으로 그려져 있다.13C 탐라는 세계제국 몽골에 저항한 삼별초의 끝점이 아닌, 고려에 반기를 든 무인정권의 종착지다. 그러므로 고려와 삼별초, 몽골은 비긴 것이다. 한라산의 깊숙한 흙성앞에 고단한 항몽순절비는 맥없이 고단해 보였다. 차디찬 순절비에서 뜨거운 충성심은 느껴지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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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속에서는 언제나 사랑보다는 밥이 우선일까? 거친 바다를 건너온 제자를 위해 추사는 소나무를 그렸다. 나무는 가냘프고 앙상하다. 바람은 차고 매섭게 후려치지만 나무는 부러지거나 꺾이지 않았다. 원한과 치욕의 마음과 그리움과 사랑의 마음은 동등하다.아, 아득하고 허망한 제주의 역사여...
손은,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없으리라. 때문에 눈에 익혀서 가슴에 담는게 때론 오래 남기도 하다.
오룡 (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경기도립 중앙도서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