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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룡의 역사 타파(97)

   
오룡의 역사 타파(97)

꽃보다 아름다운 강화에선 바람이 우선이다 - 무겁게 가라앉은 안개처럼 아득한, 돌아갈 수 없는 강화의 역사는 허망하다.

무너진 고려 궁지엔 38년 고려 왕도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았다. 800년전 궁궐터는 백성을 버리고 도망온 왕실의 허망함을 보여줄 뿐이다. 개경의 만월대를 흉내낸 높다란 기단위에 병인년(1866년)에 불타고 새로 지워진 외규장각은 감동을 주지 못했다. 바다인지 강인지 모를 갑곶진에서 보이는 김포는 선명했다. 그곳에서 노려봤을 몽골의 기마병 앞에 불안했을 고려 고종의 한숨은 아득해서 잡히지 않았다.

   
광성보 용두 돈대에서 바라본 바다는 강물처럼 소리내어 흘렀다. 신미년(1871년), 어재연과 350여 조선 병사가 뒤엉켜 삶과 죽음으로 아수라장이었을 손돌목은 만발한 진달래의 붉은 색이 핏빛처럼 흘러 내렸다. 1875년 늦가을, 운요호에서 포탄이 벼락처럼 쏟아졌다.초지진 소나무엔 깊게 베인 상처는 아직 아물지 못했다. 역사의 현장을 숨죽이며 지켜 본 소나무 앞에서 기어코 기념사진을 찍는다. 그 오래된, 상처입은 역사의 봄날에, 팽팽한 활시위처럼 흔들림 없는 강화의 바다는 적막했다. 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해풍이 아니던가. 비릿하고 눅눅한 바다 냄새 사라진 염하는 더이상 바다가 아니었다.

눈앞에 보이는 너른 갯벌에서 짠 소금 냄새가 묻어오지 않는다. 아름다움은 유일한 진실이다. 꽃보다 예쁜 연초록 섬 강화에는 너무나 진실한 아름다움이 있다. 역사의 핏빛 숨결이 스민 민초의 땅 강화는, 그리움이 절제되어 영원히 잡히지 않을 실체없는 생채기를 보듬고 꽃처럼 아름답게 피었다. 이제 강화는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의 섬이 아닌 항구적 평화의 꽃섬이고 싶어한다. 고려산 진달래꽃 축제를 향한 사람의 행렬은, 이제 삶과 죽음이 아닌 살아남기를 희망하는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습이다. 아,아득하고 허망한 역사여...바짝 내려앉은 햇살에 납작 엎드린 섬마을엔 처연했던 삶보다 그리움이 가득한 풍경으로 남아 애틋하다. 오늘, 꽃처럼 아름다운 강화는 기억됨이다.

오룡(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경기도립 중앙도서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