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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룡의 역사 타파(100)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 허영을 부리지 않은 수덕사 대웅전은 눈부셨다


여름의 숲은 푸르고 서늘하다. 여름의 숲은 어둑하지만 반짝인다. 나뭇잎 사이로 비집고 달려드는 빛은 투명하지만 새침하다.여름의 흙은 눅눅하지만 성글다. 여름의 흙은 망설임도, 머뭇거림도 없이 단순하다. 찾아주는, 밟아 주는 사람이 드문 여름의 답사에서 만난 흙길은 아늑하고 고즈넉하다.내가 좋아하는 세상은 흔적이 보이는 여운이 있는 세상이다.


예산 덕숭산의 풍경은 초록사이로  파고드는 빛으로 눈부셨다.세속으로 부터 비켜앉은  위대한 부처(대웅전)는 허영을 부리지 않았다.  형형의 단청을 거부한 주심포와 무보정의 칠백년 맞배지붕은 소멸하는 시간을 거부한 채 여전히 검소했다. 온갖 욕망과 번뇌의 세속을 떠난 비구와 비구니의 삶은 순간이다. 시공을 초월한 영겁을 만나기 위해 숱한 중생들의 합장은 하나로 모아지지 못하고 흩어진다.백제의 미소를 가득안고 살았을 청년 윤봉길은 스물다섯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는 죽어서 영원히 살았지만 그가 원한 진정한 푸른 역사는 아직 갈길이멀다.깊은 산중에서도 셋이라서 외롭지 않은 마애삼존불은 헤픈 웃음(?) 보내며 우리를 맞아준다. 백제의 미소들이 터질듯 웃어주는 불상의 오동통한 입술과 귀여운 천진성앞에  먼길 떠나던 백제인들도 웃었을 테고 우리도 웃었다. 절벽에  매달려 20cm를  파내었을 이름없는 석공의 모습을 떠올리며  한참동안 서성였다.처연함마저 한가로운 폐사지 보원사터에  뛰노는 아이들과 강아지는 당간지주와 오층석탑을 사이에 두고 달리기 시합이다.


계절마다, 누구와  왔는지에  따라, 그냥 사진만 찍어와서,  가본적 있어가 아닌
보고싶어, 그리워서 다시왔어의 마음처럼 설레이는게 답사다.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들지만  그릇을 쓸모있게 만드는 것은 그릇속의 빈 곳이다.”노자가  말한 엄청난 내공을  따라잡지 못할 지라도 난 오늘 조금은 흉내를 내고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