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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룡의 역사 타파(101)

오룡의 역사 타파(101)

 

충주의 남한강과 여주의 여강은 하나로 이어져 흐른다.

나는 조선의 국모다모든 비극은 비애롭지 못하다.

 

영릉의 아침은 진중하다. 영릉의 소나무들은 제멋대로 성장해서 더 폼나게 푸르렀다.단체 관람객들만 아니라면 적막하고 한가했다. 답사 초보자들이 찾은 영릉의 오래된 숲은 과거다. 과거의 숲속에서 미래의 어린 친구들은 숲과 나무를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명성황후 민씨가 8살까지 뛰놀던 집은 말끔하게 빛났다. 명성황후의 옛집에서 느끼는 고독은 그의 삶과 연결된다. 날마다 새로워지는 옛집은 과거의 생가가 아닌 현재의 생가다.

일본  자객들의 날선 검에 명성황후 민씨는 맞서지 못한다.  베어진 그의  아픔은 비극이지만 역사 속의 그는 비애이다. 옛집과 생가의 공간에서 아이들과 함께 배역놀이를 해본다. 그의 죽음보다 더 아픈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어린 답사객들의 아우성은 명료하다.

 

오래된 절터 고달사는 허무함도쓸쓸함도휑함도 보이지 않았다. 흙은 흙으로 다져져야 흙다운 것인데도 수년째 포크레인 굉음은 멈추지 않고 메뚜기와 개구리는 여전히 자유롭다.

 

국보4호 고달사지 승탑에 오르는 길은 여전히 무너졌 있다. 찾아주지 않는 역사는 모래와 자갈로 엉켜있다. 이름없는 석공의 기억으로 영원히 살아 남은 승탑 앞에서 묵직한 시간들을 겨우겨우 붙잡았다.

삼국이 사생결단 흠모한 중원땅강변에 우뚝솟은 7층석탑의 위용도 흔들리는 신라의 미래를 부여잡지 못했다. 여기가 언제 고구려땅 이었던가장수왕의 고구려비는 백년을 서있지 못하고 1500년을 땅속에서 버티고서야 살아남았다. 우륵도신립도 8000여 조선병사의 울부짖음도 남아있지 않은 탄금대에서 대가야와 조선의 아픔은 잡히질 않는다.

 

충주의 남한강은 여유롭게 흘렀다. 길과  사이로 이어진 탄금대의 바람은 시원했다.

퇴적을  허용치 않는 바람은 스쳐서 소멸하고 스쳐서 신선하다. 쓸쓸한 여름이여덧없는 세월이여, 그래도 여름의 햇볕은 느려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