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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사람

이인영 용인전승문화원 이사장

발로 뛰는 향토사학자... "용인은 지붕 없는 박물관"

 

이달초 시청 1층 로비서 '내 고장 용인, 문화재 사진전'

지역 · 역사 · 유물 · 유적과 벗하며 한 평생 '사학자 외길'

용인학대사전집필중, 200자 원고지 22000매 분량

 

 

기록은 귀중합니다. 문집이나 문헌에서 지은이의 지혜를 내 것으로 만들면 사물의 본질을 보는 눈이 다양해지지요. 여기에 미술이나 종교, 건축, 지질학 등 다양한 방면, 다양한 분야에 탐구하는 자세로 지식을 넓히다보면 작은 것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안목이 생기지요. 저는 용인의 재료로만 연구와 발굴의 대상을 삼았어요. 우물 안 개구리라고요? 그만큼 용인에만도 숨겨진, 또는 방치된 국가적으로 가치 있는 보물이 많아요. 용인이 뚜껑 없는 박물관이라고 불리는데 손색이 없답니다.”

 

"나는 용인의 주인"임을 자처하며 "누구나 용인을 사랑하다보면 용인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인영 이사장은 또 다른 용인의 주인들에게 안목을 갖기 위해 노력하라는 뜻을 전했다.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용인시청 1층 로비에서는 사단법인 용인전승문화연구원(이사장 이인영)이 주최하는 내 고장 용인, 문화재 사진전이 열렸다.

 

 

 

 

이번 전시에는 생성과 소멸의 현장을 기록으로 말하다란 주제로 선돌, 고인돌, 석탑, 불상, 불화, 서원, 향교, 사당, 영정, 분묘, 석비를 비롯해 민속자료와 천연기념물, 성지, 문화재, 풍물 등 이인영 이사장이 발로 뛰며 사진으로 간직한 다양한 종류의 문화재 작품을 전시했다.

 

거북바위, 용바위가 위용을 보이고 삼국시대, 고려시대를 넘나드는 시절의 고미술품이 자태를 뽐내는가 하면 발견 당시 훼손된 상태의 보물이 원래의 모습으로 보존되기까지의 과정이 사진으로 나타났다. 또 보물로 인정된 후 보물 주위의 변천과정을 보여줬다. 그야말로 생성과 소멸의 현장이었다. 전시회를 마친 10, 작품은 모두 용인시에 기증됐다. 용인시가 보관할 때 더욱 가치 있는 기록물이 될 수 있다는 이인영 이사장의 뜻이다.

 

 

그는 조선시대 세조6, 1460년부터 2016년까지 현 시대의 지방자치단체장을 계산하니 280이라며 현재 용인시장은 그때부터 280대 시장이며, 자료를 기증하는 뜻 깊은 자리인만큼 거북이 처럼 장수를 기원하는 뜻에서 부아산 거북바위를 대표 사진으로 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용인시민 모두에게 발로 뛰는 향토사학자의 마지막 세대란 애칭이 붙었지만 정작 이인영 이사장 본인은 학자이길 거부하며 향토사학가로 불러줄 것을 고집한다.

 

지난 1966년 공보부가 신설되며 그동안 교육청에서 관리하던 문화재업무를 공보부에서 인수하게 됐다. 당시 공무원이던 이인영 서기가 조사한 결과 용인지역에는 향교2, 서원2, 사찰2, 묘소(포은 묘소)1곳과 보물로 지정된 서봉사지 현오국사탑비가 문화재의 전부였다. 특히 보물 19호였던 서봉사지 현오국사탑비는 조선총독부가 지정한 상태였다. 조선총독부가 지정했다는 22년 된 푯말을 땅에 묻고 대한민국지정 보물 9호란 푯말을 세웠다.

 

이어 1968, 당시 기흥면 공세리 면서기를 발령 받고 마을 출장 중 발견한 석탑과 불상 하나가 문화재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가 됐고 이때 20대였던 그가 70을 넘길 때까지 50여 년을 용인의 역사와 유물, 유적에 심취해 향토사학자의 길을 걷게 됐다. 처음 발견했던 석탑은 고려 중기에 세워진 공세리 석탑으로, 불상은 공세리 약사여래불로 명명되어지며 문화재에 합류했다.

 

이후 50여 년 동안 직접 발견하고 고증하고 문화재로 지정받은 것만도 46점이다. 발견할 때 사진으로 남기고, 문화재로 지정받을 때까지 변천하는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이런 역사적 사진작품들은 천연기념물, 보물, 경기도문화재, 용인시향토유적 등 다양하다.

 

처음 발견할 때 고려시대 석탑으로 알고 있었지만 하대갑석의 발굴로 축조 시기가 신라시대로 바뀐 것도 있다. 약사불이 복원을 마치고 나니 석가여래불로 이름을 바꿨다.

 

미술작품도 화법에 따라 시대가 바뀐다. 200년 주기로 바뀜을 알게 되면 화법만 봐도 그려진 시대를 알 수 있다. 토기는 구울 때 산화염이냐 환원염이냐에 따라 다르다. 공기 공급이 충분한 불길을 산화염이라고 하며 이때 구운 토기는 산소의 양이 많아 붉은 색 계통이며 덜 단단하다. 환원염은 가마를 밀폐해 산소의 공급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굽기 때문에 높은 온도를 유지하며 단단하게 구워진다. 토기 색깔도 산소가 불충분하므로 회청색을 띤다.

 

이렇듯 문화재를 보면서도 다양한 방면의 공부가 가능한데 그 문화재를 구별하려면 즉, 안목을 가지려면 얼마나 더 많은 다양하고 세심한 공부가 필요할까?

 

지난 1986년 경기도 향토 사료관이 개관했다. 향토 사료관에 적당한 인물로 판단된 이 이사장은 도청발령을 받았고 박물관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경기도박물관 건축기획단 실무자가 됐다. 이후 박물관 유치에 수원, 안양 등 도내 여러 지자체가 줄을 섰지만 현재의 위치를 미화하며 용인 유치에 성공했다.

 

그는 교통의 요지, 편한 접근성, 에버랜드와 한국민속촌 등 근거리 관광지를 어필하며 타 지역보다 이로운 조건을 제시했다당시 공원부지로 묶여있어 가격까지 한몫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 재직 중 받은 학술부문에서의 경기도문화상 수상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최연소학술상이다. 공무원이 고장을 연구하며 문화재를 발굴했다는 것은 전체 공무원들이 본받을만하다며 지역향토사를 학문적 수준으로 이끌었다는 심사평을 들었다.

 

1998년 공무원 정년퇴직 이후 용인예총 창단을 주도했고 용인문화원장을 역임했으며 용인시문화재위원으로 위촉됐다. 5편의 논문은 전국 향토사 공모전 우수상, 국사편찬위원회 표창 등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양주 장욱진미술관과 함평 나비축제를 예로 들며 장욱진, 황금박쥐 제작자 등 관계자들이 모두 용인 사람들인데 모두 다른 지역에서 그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문화로 먹고 사는 사회란 말이 과언이 아닌 것처럼 아직 문화적 유산이 많은 용인에서 문화에 투자하며 경제특수를 맞이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욱진미술관의 관객이 양주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와 황금박쥐 조형물(제작 주성장 이완규)과 나비축제를 열며 청정지역임을 홍보하고 청정지역의 한우를 관광객에게 판매하는 함평의 경제효과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과 같다장욱진, 이완규 모두 용인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이사장은 용인학 대사전을 집필했다. 이 이사장의 50여 년 내공을 담았고 지난 1981년부터 집필중이다. 무려 200자 원고지 22000장 분량이다. 시간이 갈수록 분량이 더욱 많아지기에 이젠 펴내려고 한다.

 

그는 누군가 이인영은 가난하지만 용인을 제 것으로 알기에 부자다라고 했다무슨 병증이 있는 것처럼 내 욕구를 충족한 것이 맞기에 나는 부자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교수의 말처럼 문화는 유물을 낳고 유물은 역사를 고증한다는 것이 기록사진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현상이 바뀌고 배경이 바뀌고 환경이 변해 많은 역사와 세월과 침묵 속에 말없이 묻힌 시련과 사연을 유물들이 간직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문화재사진전에 이어 내년에는 삼강행실사진전을 준비하고 있다. 충신, 효자, 열녀를 내용으로 스토리를 준비하며 내리쪼이는 태양 볕에 얼굴을 맡기고 도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