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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룡의 역사 타파(110)

오룡의 역사 타파(110)

 

조선 후기 탈놀이 광장(마당)은 해방구였다. 양반과 상놈의 구별이 없는 평등한 세상이었다.

 

놀다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하는 일 없이 세월을 보내는 것놀이를 하며 즐겁게 지내는 것은 일맥상통한다. ‘신명나게 놀아보세는 신을 불러낼 정도로 놀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친 듯이 논다는 것과 신들렸다는 의미는 비슷하게 쓰인다.

조선의 양반들은 놀고 먹는자는 광대와 중이라 했고, 미친 자들은 무당과 기생이라 불렀다. 진짜로 놀고 먹는자들이었던 양반들에 대한 불신은 놀고 즐기는 탈굿판의 형식에서 가장 통렬했다. 안동 하회 마을의 농민들은 정월 초부터 보름까지 풍물놀이를 즐겼다. 양반을 비판하는 자리는 신명이 절로 났던 모양이다.

풍년을 비는 축제의 마을잔치에서 탈놀이는 최고의 흥행카드였다. 양반에게 직접 할 수 없던 이야기들과 억눌렸던 감정을 마음껏 분출시켰다. 하회 별신굿 탈놀이의 한 토막을 보면 양반 가면과 선비 가면을 쓴 광대들의 행동은 사실 의젓한 체하는 양반의 실상이었다.

선비 : 여보게 양반 자네가 감히 내 앞에서 이럴 수가 있는가?
양반 : (자리에 선다.)허허 무엇이 어째? 그대는 내한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선비 : 아니, 그라마 그대는 진정 내한테 그럴 수가 있는가.(선비도 자리에 자중함.)
양반 : 허허, 멋이 어째? 그러면 자네 지체가 나만 하단 말인가.
선비 : 아이 그래, 그대 지체가 내보다 낫단 말인가.
양반 : , 낫고말고.
선비 : 그래, 머가 나아. 말해 보라꼬.
양반 : 나는 사대부의 자손일세.
선비 : 아니 뭐 머라꼬? 사대부: 나는 팔대부의 자손일세.
양반 : 아니, 팔대부? 그래, 팔대부는 뭐로?
선비 : 팔대부는 사대부의 갑절이지.
양반 : 뭐가 어째? 어흠, 우리 할배는 문하시중을 지내셨거든.
선비 : , 문하시중. 그까지꺼... 우리 할배는 바로 문상시대인걸.
양반 : 아니, ? 문상시대? 그건 또 뭐로?
선비 : 에헴, 문하보다는 문상이 높고 시중보다는 시대가 더 크다 이말일세.
양반 : 허허, 그것 참 빌꼬라지 다보겠네.
선비 : 그래, 지체만 높으면 제일인가?
양반 : 에헴, 그라만 또 뭐가 있단 말인가?
양반 :학식이 있어야지. 나는 사서삼경을 다 읽었네.
선비 : 뭐 그까지 사서삼경 가지고 어흠, 나는 팔서육경을 다 읽었네.
양반 : 아니, ? 팔서육경? 도대체 팔서는 어디에 있으며 그래 대관절 육경은 또 뭔가?
초랭이 : 난도 아는 육경 그것도 므르니껴.... 팔만대장경, 중의 바라경, 봉사의 안경, 약국의 길경, 처녀의 월경, 머슴의 새경요.
고수 : (육경을 북으로 장단을 쳐줌.)
선비 : 그래, 이것 또 아는 육경을 양반이라카는 자네가 모른다 말인가?
양반 : 여보게 선비, 우리 싸워봤짜 피장파장이께네 저짜있는 부네나 불러 춤이나 추고 노시더.

농민들은 광대의 복장으로 신명나게 춤을 추며 양반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다양한 가면을 쓴 농민들은 엉터리 같은 양반들이 자신들을 호령하는 현실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광장(마당)에 모인 농민들은 놀고먹는 양반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양반과 상놈의 구별이 사라진 광장은 신명나는 놀이터였다.

 

오룡 (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경기도립 중앙도서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