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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용인=난개발' 오명 벗어야 시너지 효과

선대인 소장의 '용인도시 진단'


PROFILE

현)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정책운영위원

현)선대인경영연구소장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공공정책학 석사

전)서울특별시 주거재생정책자문위원

동아일보 기자(1996~2002)


저서 및 역서

<일의 미래> <선대인의 빅픽처> 등 다수



난개발 막고 복지 . 삶의 질 높은 자족도시화

판교.광교처럼 용인만의 특화 신산업 키워야

재정개혁.행정시스템- 관료마인드 개혁 필수


용인시는 좋은 자원과 매우 큰 잠재력을 가진 도시이지만, ‘경제적 활력이 떨어지는 극심한 수준의 베드타운이 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구 1000명당 사업체수와 일자리수, 그리고 주택 가운데 아파트 비율을 살펴보면 이런 현실이 뚜렷이 드러난다.

 

우선, 인구 1000명당 사업체수는 전국 평균이 75.86개이고, 경기도는 66.3개인데, 용인시는 48.0개에 불과하다. 이웃 도시인 수원시가 57.2, 성남시가 65.8개인데 비해서도 현저히 적다. 인구 1000명당 일자리 수도 전국 평균이 409.0개이고, 경기도가 372.6개인데 용인시는 308.8개에 불과하다. 이웃도시인 수원시가 338.7, 성남시가 447.6개에 비해서도 크게 뒤진다. 그나마도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과 같은 대규모 사업장과 관련 업체들을 제외하면 용인시의 산업생태계 기반은 매우 취약하다.

 

이번에는 주택 가운데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을 보자. 용인시 수지구의 이 비율은 93.6%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기흥구도 87.3%로 매우 높은 편이다. 농촌지역인 처인구(38.8%)를 포함한 용인시 전체로도 77.7%여서 전국 평균인 60.6%나 경기도 평균이 67.8%보다 훨씬 높다. 이웃도시인 수원시의 72.2%, 성남시의 67.7%보다도 상당히 높다. 이 같은 아파트 초밀집 도시의 특성은 앞의 자생적 산업과 일자리가 없는 도시와 연결돼 있다. 자생적인 산업이 없어 서울 강남이나 판교테크노밸리의 사업체로 출퇴근하는 인력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비용을 찾아 흘러들어온 도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용인시는 인구 비율이 계속 늘어나는 인구 100만급 도시, 전국 기초지자체 가운데 5위권 수준인 한 해 25000억 원 수준의 재정규모, 관내 10여개에 이르는 각종 대학 및 관련 연구 인력과 인재들, 수려한 자연환경과 풍부한 역사문화 유산 등 매우 좋은 자원과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용인시가 가진 이런 자원들을 잘 엮어서 잠재력을 현실화한다면, 용인은 그 어떤 도시보다 삶의 질이 높고 경제 활력이 넘치는 자족도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적 자생력이 떨어지는 베드타운이라는 현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처인구는 수지구나 기흥구와 같은 개발의 영향권에서도 멀어진 특색 없는 농촌지역에 머물면서 용인시 내의 지역간 불균형을 의미하는 동서 격차라는 말까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수지구나 기흥구의 모습도 결코 바람직한 도시의 모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핵심적인 전략은 간단하다. 용인시에 넘쳐나는 것은 정리정돈하고, 부족한 것은 채워야 한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각종 난개발은 멈추거나 해소하고 체계적인 도시계획과 공간기획 아래 주거단지와 도로 등 기반시설, 문화여가 시설이 적절히 어우러진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미래 신산업을 키워 시민들이 용인시 안에서 일하고 거주할 수 있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용인시의 경제 활력을 높이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올릴 수 있는 핵심 전략과제요, 기본 과제다. 그리고 문제점이 서로 연결돼 있듯이, 이 두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도 서로 연결돼 있다. 삶의 질이 높은 도시와 산업 활력이 넘치는 자족도시는 서로 동시에 추구할 때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도시 발전 전략이다.

 

이를 집약해서 보여주는 개념이 바로 창조도시. 저명한 지리경제학자인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직업군과 하이테크 분야 종사자 등 창조적인 전문가 그룹들을 창조계급으로 분류하고, 이런 창조계급이 거주하게 되는 도시들이 높은 도시 경쟁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플로리다 교수는 도시와 창조계급이라는 후속 저서에서 지역의 어메니티 수준이 높을수록, 또한 문화와 예술 수준이 높을수록  하이테크 기업들의 집중도나 소프트웨어 산업노동자의 비중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들을 바탕으로 플로리다교수는 창조경제에서는 지역 우위의 창출과 달성에 있어 경제학적 요인보다 사회학적 요인들이 중요하다. 창조경제에서 한 지역의 라이프 스타일의 질은 사업의 비용 구조, 세금 혹은 물리적 입지만큼이나 중요하다. 지역 우위 창출의 관건은 입지 결정을 내리는 당사자인 젊은 인재들의 상상력, 꿈 그리고 욕구를 포착할 수 있는 지역의 능력에 달려 있다.”(<도시와 창조계급> 96~97)고 주장했다. 또한 <도시와 창조계급>에 인용된 KPMG의 조사에 따르면,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에게 지역의 삶의 질이 급여 조건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는데지역의 삶의 질은 일자리의 매력도를 33%나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미국 시애틀과 보스턴, 오스틴과 같은 하이테크 거점 도시들 또는 창조도시들은 지역 경제 발전 전략의 핵심 요소로서 도시의 어메니티와 삶의 질을 높인 도시들이다. 즉 문화예술, 환경, 여가 시설과 프로그램 등이 잘 갖춰진 도시가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고 도시의 발전을 이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창조도시론의 관점을 따르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수록 창조적 인재들이 모여들고, 창조적 인재들이 모이면 지속적인 산업의 발전이 이뤄진다. 기계와 차별화되는 인간만의 창조성이 강조되는 향후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욱 강조되는 도시 발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용인시의 무분별한 아파트 건설과 산업단지 유치는 창조도시의 경제발전 전략과는 거리가 멀다. 기반시설과 지역 어메니티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채 아파트 난개발이 일어나면 주거 여건과 삶의 질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많은 용인시민들이 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 가격과 서울 근접성 등의 이유로 용인에 살면서도 지역에 애착을 가지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역에 오랫동안 살면서 일을 하려고 하는 젊은 인재들이 남아있기 어렵다. 당연히 새로운 사업과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생겨나기 어렵다. 따라서 용인시를 경제적으로 활력 있는 도시와 복지, 문화, 교육 등을 중심으로 한 삶의 질이 높은 도시로 만드는 작업은 함께 추진해야 한다. 개발 단계부터 달랐기에 직접 비교하는 게 무리일 수 있지만, 이웃도시인 성남시의 판교신도시가 상대적으로 비교적 이런 모범이 되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용인시를 경제적 활력이 넘쳐나는 매력적인 창조도시,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은 자족도시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기서는 크게 세 가지만 언급하겠다.

 

우선, 용인시 곳곳에서 진행돼온 난개발의 추가적인 진행을 막고 복지 수준과 삶의 질이 높은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무분별한 난개발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이미 난개발이 진행돼 교통난 등으로 고통 받아온 지역들에서는 지금이라도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등 정비에 나서야 한다. 난개발은 도로, 학교, 공원 등 적절한 기반시설 확충 없이 개발이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것을 말한다. 행정주체 입장에서는 개발 인허가를 내줘서 난개발이 진행돼도 단기적으로는 지역의 건설경기도 좋아지고 아파트 등의 입주로 인구와 세수가 늘어 지역이 발전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용인시는 그런 식의 명분을 내세워 무분별한 난개발을 허용해왔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교통 혼잡이 발생하고 충분한 문화여가 공간이 조성되지 않아 주민들의 주거여건은 나빠지고 좋은 인재들이 정착하고 싶은 도시로서의 매력도가 떨어진다. 그런 도시가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난개발로 도시의 매력도가 떨어지면 집값 또한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창조도시 지역인 판교신도시 주변과 용인시 수지구의 상현동, 신봉동 등 난개발이 이뤄져온 도시들의 주택 가격 흐름을 비교한 <그림>을 보자. 도시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워 주택을 일정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건설하고 기반시설을 확충한 판교신도시 쪽과 용인 수지구 쪽의 주택 가격 흐름이 상당히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전임 용인시장은 대통령 표창까지 받을 정도로 개발규제를 대폭 완화해 무분별한 난개발을 허용해왔다. 한동안 난개발 문제가 가라앉았던 용인시에 ‘2차 난개발이 거세게 몰아쳤다. 지역 곳곳의 산등성이가 잘려나갔고, 동간거리조차 확보되지 않은 고층의 고밀도 아파트 숲이 기흥역세권과 동천동 등 곳곳에 들어섰다. 용인시 공무원들은 법적으로 어쩔 수 없어 허가해줬다고 핑계를 대지만, 왜 이웃한 성남시나 수원시에는 이런 식의 고층고밀도 아파트 숲이 무더기로 들어서는 경우가 없는지를 자문해보길 바란다. 산등성이가 왜 시경계선을 따라 용인에서만 무수히 잘려나가고 있는지도 함께 보길 바란다. 최근 용인의 대표적 난개발 지역인 지곡동 써니밸리 주민들이 부도덕한 기업을 상대로 오랜 싸움 끝에 행정소송에서 승리한 것은 그동안 용인시 행정이 수수방관 행정을 넘어 얼마나 개발업자 편들기식 행정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행히 백군기 용인시장과 난개발 지역 주민들이 맺은 난개발 제로 선언에 따라 조직된 난개발 해소 특위가 위원장인 최병성목사 등의 주도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난개발 해소 특위가 가동되고 있는 시점에도 이미 인허가가 떨어진 난개발이 진행되고 있고, 금화마을에서는 난개발을 시도하려는 개발업체에 대한 도로 개설 허가가 떨어지기도 했다. 백시장은 최우선 공약이었던 만큼 더 강한 의지를 갖고 난개발 해소 문제는 직접 챙기기를 바란다.

 

난개발을 해소하는 것은 주거여건을 개선하고 매력적인 창조도시를 만드는 첫걸음일 뿐이다. 복지 수준과 삶의 질을 올릴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한다. 일례로, 다른 지자체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공립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대폭 늘리고, 보육 인프라와 프로그램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 또한 저럼한 대규모 협동조합주택을 공급하고, 지역민들의 보험료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지역 상호보험 도입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또한 아이들 교육을 지역의 교육지원청에만 맡기지 말고 연간 100~200억 원 정도의 예산만 쓰면 관내 초중고학생들에게 전국 최고 수준의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둘째, 미래 신산업을 키워야 한다. 이미 판교나 광교의 테크노밸리가 IT와 바이오 등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그런 곳과 겹치지 않는 용인만의 특화된 분야를 키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용인의 넓고 좋은 자연환경 및 농생물 자원, 관내 대학 등의 관련 연구인력, 비교적 풍부한 예산을 활용할 수 있는 농생명바이오공학이나 스마트팜,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산업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미래 신산업은 부동산개발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첨단 신산업은 대부분 산학연 클러스터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것이 정석이다. 용인시 관내에 명지대와 경희대 등에서 이미 상당 수준의 연구 인력들이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명지대에는 농생명 바이오 분야에서 1000억 원대의 국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연구팀이 있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부품 연구 인력들도 있다. 문재인대통령이 방문한 에너지제로하우스연구개발을 주도한 연구진도 있다. 이런 연구진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이들의 연구성과를 활용하는 스타트업 설립을 돕고, 관련 기업들을 유치하는 노력이 우선이다. 좋은 인력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용인시 차원에서 프로젝트 대학설립을 생각해볼 수 있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매우 빠른 시대에 세계 각국에서는 에콜42라든가 싱귤래리티대학처럼 첨단기술에 재능을 보이는 젊은이들을 선발해 프로젝트 중심으로 협업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스타트업을 키워나가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프로젝트대학을 용인시가 국내에서 최초로 설립해 적극 지원한다면 전국의 좋은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미래 신산업을 키우는데 있어서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비전과 전략 없이, 그리고 창업보육센터 지원 예산이 쥐꼬리만한 현실부터 바꾸지 않고 익숙한 방식대로 용인 플랫폼시티처럼 거창한 개발계획을 세운다고 신산업이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후보들간에 경쟁적으로 내놓은 용인플랫폼시티는 자칫 무분별한 개발로 이어지면 첨단신산업의 산실이 되기보다는 또 하나의 난개발로 흐를 수 있다. 용인에 맞는 차별화된 신산업을 키울 비전과 전략도 마련하지 못한 채 광교테크노밸리의 다섯 배나 되는 곳을 개발하겠다는 발상부터가 우려스럽다. 정말 용인의 신산업을 키우고 매력적인 창조도시로 만들기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밑그림을 다시 그리길 바란다.

 

앞의 두 가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재정개혁과 행정시스템 및 관료 마인드의 개혁이 필요하다. 과시형 사업 등에 엉뚱하게 돈 쓰는 것을 막고 예산을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 중앙부처와 협의해 용인시에 있는 대기업들과 재벌일가들, 골프장업체들이 소유한 토지의 개별 공시지가를 현실화해서 재산세 수입을 대폭 늘릴 수 있다. 다른 지자체의 두 배 수준으로 높은 각종 체납세액에 대해서도 고강도 추적팀을 구성해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도 있다. 또한 각종 공공건설사업에 시장단가제를 적용해 공사비를 절감하고, 건설업체간 담합에 단호하게 대처해 예산을 얼마든지 아낄 수 있다. 이렇게 추가로 걷은 세금과 효율적인 개발사업 진행으로 절감한 예산을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신산업 육성에 투자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행정시스템과 공무원들의 마인드부터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주민들보다는 개발업자들 편을 드는 행정, 학연지연으로 연결된 사람들을 챙기는 것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행정, 아파트를 짓고 인구만 늘리면 된다는 식의 양적성장 중심의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 용인의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미래 지향적 비전과 인식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용인시장 이하 공무원들이 깊이 인식하기 바란다.<용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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