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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명징한 서정으로 포착한 시대의 표정”

화제의 책 _ 김진 첫 시집 『바다 고시원』

 

[용인신문] 엄마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 고시원도 따듯해요 밥도 잘 챙겨 먹고요/ 오늘은 순대를 사먹으로 나왔어요/ 강의 시간은 아직 남았어요 걱정 마세요/ 여기 순대는 소금에 찍어 먹어요/ 순대는 막장에 먹어야 맛있는데/ 엄마, 이번 생신 때는 못 갈 것 같아요/ 특강이 그날로 바뀌었거든요/ 죄송해요 엄마, 식사 잘 챙겨 드세요.//포장마차에서 순대를 먹다 울음이 터졌다// 눈이 멀어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길바닥에 떨어진 순대 껍질을/ 쪼아대고 쪼아댔다/ 이리저리 던지는 시선에/ 깃털이 뻐근하면 그제야/ 고개를 들어 하늘 한번 쳐다보는/ 저,/ 서른 살의 비둘기-「순대 먹는 비둘기」 전문

 

김진 시인의 첫 시집 『바다 고시원』 이 ‘책만드는 집’에서 나왔다. 김 시인은 잔잔한 서정을 바탕으로 우리 시대의 도시적 삶을 젊은이들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추천사를 쓴 박구경 시인은 “깊이 있는 사유와 밀도 높은 시적 대응이 예사롭지 않았다”며 “‘누구에 한 번은 진정으로 불린 이름이었나요’(「이름이 뭐예요」) ‘나의 삶에 미안합니다’(「바다고시원」)와 같이 끊임없는 자아성찰과 자기비판을 통하여 삶의 본질에 근접하려는 노력에서 시적 진정성이 돋보인다.”고 밝혔다.

 

평론가 박몽구 시인은 “김진은 단자화되고 설 자리를 잃은 채 표류하는 도시적 삶에 대한 묘사를 통하여 포스트모던화되고 계층 간의 간극이 날로 커져가는 우리 사회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면서 “지극히 일상화되고 냉정한 시선으로 충만한 그의 시 세계는 극단적으로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소외가 가속화되어가는 우리 시대상에 대한 동화(同化)의 세계”라고 평했다.

 

옆 침대의 사람이 죽었다// 텅 빈 침대만 남았다// 밤새 커튼을 치고 있었는데// 그러지 말 것을// 평생 타인에게 쳤던 막// 그 사람에게는 보이지 말 것을/ 마지막 시선이 막을 치고 있는 것을// 모르게 할 것을-「2인실」 전문

 

김 시인은 개인적 감정의 토로나 감상(感傷)을 절제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이 감내하고 있는 고통을 그려내고 있다. 역사의 아픔이 있는 소재들을 즐겨 채택하면서도 목소리를 높임이 없이 풍부한 의미가 담긴 상징 시어 중심의 시를 선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김 시인은 1981년 경남 산청군 차탄에서 태어나 진주에서 자랐다. 단국대학교 동 대학원에서 문학을 배웠다. 2007년 《경남작가》 신인상으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