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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새봄의 떴다방ㅣ김승희

새봄의 떴다방

                              김승희

 

봄이 되면 어김없이

여기저기 천막을 치고 현수막 펄럭이는 떴다방

속아도 떴다방이지만

그 때가 좋았다고

떴다방처럼 봄이 다시 온다

못 박고 천막 치느라 먼지가 풀풀 일어난다

행여 무슨 이득이 있을까

분주한 구두들이 오락가락한다

속아도 떴다방 속여도 떴다방,

꿈결만 같은 봄인걸 뭐.....

막걸리 자국 남은 구두, 제비처럼 날씬한 명품 구두도

소녀가 할머니가 되고 할머니가 다시 소녀가 되는

마술의 왕래가 잦은 떴다방

잠시 잠깐 햇볕 한 사발, 감기약 같은 봄에 취하여

탄식이나 한숨도 슬몃 사리지는 날

먼 데서 오는 발소리 가득하고

접시에 웃음소리 저절로 부서지는 날

금세 일어섰다 금방 사라져도

떴다방은 정겹고

속아도 희망 속여도 희망

먼지 속에 풀풀 현수막이 흩날리고

꿈결처럼 사람들은 괜히 분주하고

 

김승희는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그림 속의 물」로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소설 겸업작가로 소설집 『산타페로 가는 사람』이 있다. 김승희 시의 기본정조는 슬픔이다. 초기시가 이데아 지향의 정조를 보였던 것에서 그녀는 현실 문제를 사려 깊은 눈빛으로 보기 시작했던 것이 슬픔의 정조다. 그 후 그녀의 시세계는 고통과 절망이라는 표현이 맞을 만큼 현실 깊숙이 눈길을 주기도 했다. 이번 시집은 빛과 꽃과 사랑의 시집이라고 나민애 평론가는 말한다. 그만큼 따뜻하다.

「새봄의 떴다방」 역시 그녀의 따사로운 눈빛이 봄 햇살처럼 번지는 시다. 떴다방은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하는 매개체로 아파트 분양사무실 부근에 모여드는 부동산중개업자들이다. 봄은 새로운 아파트가 분양되기 시작하는 계절이어서 떴다방은 성업 중이다. 중개업자들의 말은 솜사탕처럼 달콤해서 프래미엄은 금새 몇 천 혹은 몇 억을 바라본다고 속삭인다. 그러니 ‘속아도 희망 속여도 희망’인 것이 떴다방이다. 무릇 봄인 것이다.<난다>간 『도미는 도마 위에서』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