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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속절없이 흘러버린 세월의 회한

박이도 시인의 시집 ‘있는 듯 없는 듯

 

[용인신문] 박이도 시인의 시집 ‘있는 듯 없는 듯’이 서정시학에서 나왔다.

 

1939년 평북 선천 출생으로 경희대 교수를 지낸 시인이 평생 지친 삶에 대해 던지는 위로의 메시지는 박 시인 자신에 대한 위로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위로다.

 

박 시인은 “언젠가부터 자연 속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도회지는 기능적으로 수월함에도 생존경쟁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않다. 자율성이 크게 억제 받는 세상에서 길들여진 삶을 청산하고 환상의 낚시터, 태곳적 자연의 나라로 떠나고 싶었다”고 고백하고 있지만 이는 우리 모두의 바램일 뿐이다.

 

시인이 “차면 비우고 또 차면 비워내며 달려온 한 세월 무엇을 그리 많이 짊어졌었는지 한적한 물가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운다 오늘은 다 내려놓고, 고독의 정체를 명상하자”(시 ‘고독을 낚다’에서) 라고 했듯 시집을 편안히 읽어 내려가다보면 무념무상의 명상에 잠겨볼 수 있으리라.

 

박 시인의 이번 시집은 때론 자연의 현상을 관찰하고 음미하는 단순 명료한 명상의 시편들이기도 하고, 인생의 허무를 노래하기도 한다.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과 청춘의 시절에 대한 추억과 속절없이 흘러버린 세월에 대한 회한 등을 공유할 수 있다.

 

박 시인은 쉽고 이해하기 쉬운 시어로 떠오르는 시상을 적어내려 갔다. 시들은 편안하게 읽히면서 독자의 마음을 아름답게 정화시키고 감동과 위로를 준다.

 

“하늘과 땅 사이에/ 꽃 한 송이 피고 지고/ 쌓이는 침묵 흐르는 고요// 마른하늘에 날벼락/ 먼 산 너머 천둥소리/ 맑고 고요한 태풍의 눈에/ 숨이 막힌다// 꿈속인 듯 꿈밖인 듯/ 방금 들린 하늘의 음성/ 한 순간의 사라짐/ 나 있음의 덧없음이어라.”(시 ‘있는 듯 없는 듯’ 전문)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했으며 시집 ‘회상의 숲’, ‘데자뷔’ 등 14권과 다수의 시선집을 펴냈으며, 대한민국문학상, 편운문학상, 문덕수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동인지 신춘시와 사계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