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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5년짜리 권력이 뭘 할수 있으랴마는

 

[용인신문] 훌륭한 임금은 백성들보다 위에 있다고 해서 백성들은 그를 무겁다고 여기지 않으며 백성들보다 앞서 있다고 해서 백성들은 그를 앞에서 걸리적거린다고 여기지 않는다 했다. 또 훌륭한 임금은 백성들보다 먼저 부하지 아니하며 백성들보다 먼저 배부르지 아니하며 백성들보다 먼저 쉼을 갖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기에 천하 백성들이 그를 추대하며 싫어하지 않는다 한다.

 

호랑이 담배 물던 시대에나 통할 법한 이런 말들이 없어지지 않고 아직까지도 횡횡한다는 것은 그런 나라 백성들은 그동안 결코 훌륭한 임금을 갖지 못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농사 잘되기는 하늘 잘 만날 탓이고, 옷 잘 입기는 아내 잘 만날 탓이고, 돈 잘 쓰기는 부모 잘 만날 탓이라고들 말한다. 그럼에도 백성의 복은 뭐니 뭐니해도 훌륭한 임금을 만나는 게 복이라면 복일 것이다.

 

옛날 고리짝 시절에 격양가라는 게 있다. 백성들이 얼마나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임금의 덕이 도대체 나에게 뭔 소용이냐며 땅을 두드리며 노래하는 것으로 세월을 보냈다는 그야말로 태평성대의 호시절이다.

 

요즘에는 격양가는 고사하고 사방천지에서 사는 게 고달프다며 악악 소리가 충만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가. 답은 간단하다. 모르면서 아는체해서 그렇다. 모르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그냥 모르는 대로 살던가 배워 알던가 하면 되는 거다.

 

하루는 공자께서 수제자 자로에게 말한다. “자로야! 내가 너에게 아는 것이 뭔가를 알려주마.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거 그게 아는거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대략 30년쯤 지났을까. 자로는 이쯤이면 나도 뭣좀 안다고 생각했던지 정치에 뛰어든다. 스승 공자는 자로가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을 막았으나 자로는 듣지 않았다. 결국 그는 정치판 한가운데에서 목이 잘려 소금에 머리가 절여진채 공자에게 보내진다.

 

뭣도 모르면서 뭣이라도 아는 냥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가 비명횡사한 인물이 된 것이다. 그 충격으로 공자는 1년을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 이제는 임금도 백성도 없는 국민이 통치자를 투표를 통해서 선출하는 5년 단임제 1인 대통령 시대다. 5년짜리 권력이 뭘 할 수 있으랴마는 국민이 뽑았는데 아얏 소린들 제대로 하랴. 5년 지켜볼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