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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백성들은 큰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용인신문] 어느 시대에나 백성들은 큰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그저 아침에 일어나면 집을 나서 일터로 가고 해지면 돌아와 가족 모두가 온순 도순 저녁을 함께한 후 아무 걱정 없이 발 뻗고 잠잘 수 있는 것이다. 그 정도면 백성들은 여타의 것들에 대해 크게 욕심내는 일이 없다.

 

맹자는 이를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백성들에게 일을 주되 위로는 부모 섬기는 데 충분하게 하며, 아래로는 처자식을 먹여 살리는 데 충분하게 하라.” 이게 이천 삼백 년 전쯤 왕이 통치하던 시대에 했던 말들이란다. 본래 백성들을 못살게 한 왕들은 대부분 비명횡사하던가 쫓겨나 밟히거나 한다. 훌륭한 정치란 백성들이 어려움을 몸으로 체감하지 않으면서 잘 먹고 잘사는 거다.

 

옛날 어느 시대에 격양가라는 노래가 있다. 땅바닥에 드러누워서 손가락으로 자신의 배를 까딱까딱 튕겨가며 흥얼거리는 노랫가락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나라 임금이 내게 무슨 소용이랴. 이렇게 잘 먹고 잘살다 보니까 도대체 임금이 누군지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맹자는 말한다. “왕이 홀로 즐기고, 그들만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서도, 백성을 구호하지 않는다면 백성들은 그를 원망할 것이며, 왕의 그 즐거움은 길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치국에 있어서 정치는 왕으로부터 시작되며, 사회는 노인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사마광은 말한 바 있다.

 

곧, 정치는 임금을 비롯한 벼슬아치들의 몫이고, 사회와 가정의 안녕질서는 나이 높으신 노인분들의 덕망에 의해 다스려진다는 말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하거늘, 요즘에는 노인분들에 대한 예우가 꽤 많은데 그중 하나가 지하철 운영 적자로 인해 노인분들의 무료 이용권 사용 나이 제한 논란이다. 사실상 운영을 잘못해놓고, 그 책임을 노인분께 슬그머니 덧씌우는 듯한 오해 소지가 있는 정책을 만든다면 좀 고약스럽지 않은가.

 

맹자의 말에 50세가 되면 비단옷을 입으며, 60세가 되면 길거리에서 무거운 짐을 들지 아니하며, 70세가 되면 끼니마다 고깃국을 먹는다는데…, 물론 그 깜깜하다는 호랑이 담배 물던 시대와는 다른 세상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