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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이헌서재
재구성하고 재편집된 세계의 악당들

 

 

[용인신문] 악당이 등장하는 갱스터 이야기. 악당들이 몰려 나오는데 희한하게도 우두머리는 심지어 매혹적인 인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갱스터무비에서는 갱스터를 친근감 있는 인물로 보여주기까지 한다. 보르헤스의 소설에 등장하는 불한당들처럼 말이다. 어쩌면 역사의 한 시절을 장식했을지도 모르는 인물들, 어쩌면 어떤 책에서나 등장했을 인물들이 작품에 등장한다. 그들은 정치인이기도 하고, 범죄자이기도 했으며 성별을 가리지도 않았다.

 

첫 번째 이야기 「잔혹한 구세주 라자루스 모렐」을 보자면 소설인지, 신문 기획 기사인지, 아니면 영화를 소개하는 것인지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라틴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연민을 느낀 바르똘로메 데 라스 까사스라는 이름의 신부가 자국의 황제에게 흑인 노예 수입을 건의한다는 것만 해도 이 책 전체의 분위기가 전달된다. 악당은 모순적인 인물이다. 겉으로는 인류애를 드러내지만 뒤편에서는 범죄자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정치와 결탁하면 악당이라는 신분에서 그럴듯한 신분으로 위장이 된다. 독서 중에 어쩌면 소설이라는 생각으로부터 멀어질 수도 있겠다. 슬며시 소개하고 있는 인물이 실존하는 인물이었는지 검색창을 찾을지도 모른다. 모든 작품들이 한결 같다.

 

라자루스 모렐, 톰 카스트로, 아시아의 바다를 휘젓고 다닌 칭, 총잡이의 모델이 된 몽크 이스트맨, 태연히 시체 옆에 모포를 깔고 잠을 잤던 빌 해리건 등. 소설의 새로운 미학을 개척한 이 작품들은 보르헤스가 발표한 다른 작품들의 씨앗을 품고 있다고 한다. 소설이 참조한 원문을 읽는 재미도 권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