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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이 천심이거늘… 권력에 취하지 말라

송우영(한학자)

 

[용인신문] 권력을 즐길 줄 아는 자들이 권력을 잡으면 국민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국민의 아픔에 위로까지는 아니어도 함께 아파하지 못하는 권력이라면 그건 병든 권력이다.

 

권력의 가장 큰 실수는 말은 풍성한데 그 말에 대한 증명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는 거다. 이런 권력일수록 자칫 독선이나 아집에 빠질 위험이 크다.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주권재민의 자유민주공화국이다.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국가가 국가법으로 명시한 것이다. 대한민국헌법 제1조 2항은 이렇게 명토 박는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를 바꿔말하면 권력을 가졌다는 말은 국민 개개인으로부터 일정 기간 권력을 대신 행사해 달라고 위임을 받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렇게 위임받은 권력을 국민을 대신해서 행사하는 자들을 일러 우리는 선출직 정치인이라 부른다. 선출직 정치인은 위임받은 권력을 잘 사용해야 한다.

 

권력의 최고점에는 대통령이 있다. 그럼에도 나라의 주인은 여전히 국민이고, 대통령은 국가를 운영하는 여러 기관 중 하나일 뿐이다. 권력의 수장인 동시에 국민에 대한 공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만약에 대통령 이하 기관의 수장들이 주권재민의 말뜻을 한 호리만큼일지라도 소홀히 여겨 다소 무례히 들이댄다면 꽤 곤란한 지경에도 이를 수도 있다. 그래서 통제받지 못하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경책이 아직까지도 유효한지도 모른다.

 

그런 대통령을 향해 국민은 무슨 말을 해도 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며, 진정한 소통의 사회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선출직 대통령은 임면권자인 국민에게 약속을 지킬 의무가 있다. 이른바 선거 때 말했던 공약사항들이다.

 

막상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화장실 갈 때와 올 때 다르다는 식으로 어떤 사안에 대해 ‘그건 공약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한다면 그건 심각한 사항이다. 만약에 공약사항을 못 지킨다면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니다. 그만큼이 그의 한계이기 때문이다. 다만 공약사항을 지키지 못한 데 따른 고통은 그 정도의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이 감당할 몫인 것이다. 대통령쯤 됐다면 그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 곧 대통령이라는 이름값을 해야한다는 말이다.

 

앞의 정권을 일러 국민은 촛불 정권이라 한다. 문제는 저들은 촛불을 제가 잘나서 이긴 양 으스대기를 조자룡 헌칼쓰듯 한다는 데 있다. 여기까지도 국민은 참으며 인내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는 국민이 장장 180석에 웃도는 국회 의석을 줬다는 데서 증명됐다. 국회 의석 정수 300석에서 180석이라면 그야말로 천사도 끌어다가 바늘 끝에 앉힐 수 있는 으리으리한 힘인 것은 맞다. 이를 쉽게 말한다면 국민을 위해 그것이 뭐가 됐건 충분히 바꿀 기회를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저들은 그 무엇도 바꾼 게 없다는 게 국민이 갖는 체감 온도다.

 

이건 뭘 의미하는가. 당시에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소를 잃은 정도가 아니라 기르던 소조차 제 발로 나간 격이라며 국민은 혀를 차기도 했다. 권력의 맛에 취하면 국민 우습게 아는 마음 정도는 아니어도 홀대하는 우쭐함이 날카로운 낚시 바늘에 홀채기로 거슬러난 미늘처럼 교만의 틈으로 파고든다는 사실을 저들은 순간 잊었던 것이다.

 

반면에 국민의 입장에서는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은 어쩌면 뒷목을 잡힌 채 호랑이 아가리에 들어가는 일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법가들의 천국이 됐다. 법을 모르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법을 지키며 법을 갉아먹는 자들을 상대하기란 힘든 일이다. 그렇다고 법을 어겨가면서 법을 지키는 자들을 이기기는 더 힘든 일인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