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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 ‘선거제’를 손보자

이상엽 / 사진가 · 고기리통신원

 

용인신문 | 이번 22대 총선은 여러모로 한국 정당사에서 기억될 만한 선거가 될 것 같다. 보통 대통령 선거는 정권을 심판하는 자리지만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은 중간평가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대선보다 심한 정권 심판의 자리가 될 듯하다.

 

이는 지난 20년 동안 있었던 총선의 결과를 되돌아보면 알 수 있다. 김영삼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까지 박근혜 정부를 제외하고 모두 여소야대로 시작해 총선에서 압승해 여대를 만들어 정권을 안정화했다는 것이다. 오직 박근혜 정부만이 정권심판 총선으로 야당이 압승해 탄핵까지 갔다. 이번 윤석열 정부는 어떨까? 이미 정권심판이라는 여론에 등을 탄 야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총선의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많은 문제점에 더 주목하고 싶다.

 

늘상 제도라는 것이 문제가 있다. 인간이 모여 만든 제도가 완벽할 수 없고, 시대가 지남에 따라 그 문제점은 병폐가 된다. 가장 문제는 위성정당이다. 21대 총선에서 등장했던 여야 두당의 위성정당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파행 정치의 산물이었다. 50석 내외의 비례의원을 양당의 의석수 확보를 위한 도구로 전락시킨 행위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난 4년 동안 위성정당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시도를 했지만 결국 무산되고 또 이번 총선에서도 등장한 것이다.

 

먼저 여당인 국민의 힘 위성정당의 비례대표를 보면 과연 이들이 각 사회집단을 대표해서 국회의원이 될만한 사람들인지 알 수 없다. 그저 당의 요직을 가진 사람들과 어떤 끈으로 연결되었나가 후보의 자격처럼 보인다. 민주당은 또 어떤가? 이들 위성정당은 소수정당 셋과 사회운동단체를 엮은 후에 자당 측근들을 절반 배치했다. 이들은 사실상 비례대표라는 취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들이다. 결국 양당에서 국회에 진출할 사람 30명 이상이 나올텐데, 도대체 지역을 떠난 전국적인 의제를 다룰 역량이 있을까 의심스러울 뿐이다.

 

다른 하나는 득표한 만큼 국회로 진출할 수 없는 선거제도다. 소선구제 하에서는 아무리 많은 지지를 얻더라도 2등이면 의미없다. 정당이 아무리 지지를 받더라도 복잡한 산수를 거치면 아주 소수의 인원만 등원할 수 있다. 20년 전인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민주노동당이 13%를 얻으며 지역구 2석, 비례 8석으로 총 10석에 성공했다. 원내 진입 성공을 넘어 일약 제3당으로 급부상한 계기였고 그때 국민들이 사랑했던 노회찬이 의원이 됐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우리나라 진보정당의 정점이었다.

 

그로부터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고 현행 선거제도에서는 도무지 세를 확장할 기미가 없었다. 그런 피로가 축적된 탓일까? 22대 총선을 앞두고 진보정당들은 산개해 버렸다. 정의당은 녹색당과 연합했지만 당내 절반 이상의 세력이 이탈해 신당으로 헤쳐 모였다. 진보당은 아예 자신의 정당 간판을 내리고 민주당의 위성 정당으로 들어갔다. 결국 국회의 가장 왼쪽에 자리해야 할 진보정당은 이번에 사멸하는 쪽으로 가고있는 것이다. 제도의 문제도 있지만 정치를 보는 대중들의 심리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진보정당 관계자들은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다. ‘반윤비명’이라는 정치적 스탠스를 지닌 진보적인 유권자들이 혜성처럼 등장했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조국혁신당에 몰표를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23대 총선을 기다린다. 22대 총선이야 이미 정책 실종과 위성정당이라는 반칙으로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성이 소멸해 버리는 선거제도도 바꿔야 한다. 물론 양당의 치열한 싸움에 카타르시스를 느낄 유권자가 대부분이겠으나, 이렇게 대중이 우중이 되는 선거는 옳지 않다. 사실 대중들은 현명하나 정치인들이 대중을 바보로 여기는 것이다. 낡은 정치를 개혁하고 새롭게 돌아올 그런 총선을 기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