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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큰 농부의 모습을 보고 싶다

송우영(한학자)

 

[용인신문] 국민으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이 있고, 국민이 표로 몰아준 ‘권력’까지 있으니 나라를 다스리고 국가를 통치하는 일, 국민을 잘 먹고 잘살게 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대통령도 행정부 수반이기에 행정행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국가를 통치하는 일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것이니 통치행위임이 틀림없다. 통치행위는 행정행위를 뛰어넘는 공적 역할이기에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일이다. 이렇듯 막강한 권력을 갖고도 정작 그에게 권력을 부여해준 국민이 여전히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 춥고 배고프다면 큰일 아닌가. 정치의 기본은 국민의 등이 따습고 배부른 데서 시작된다. 이는 곧 정치가 국민의 생존권을 책임지는 신뢰라는 말로 통한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따르는 거시적 계획과 책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현 정권에 대해 ‘내가 그럴 줄 알았어.’라는 식의 사후 확증편향이 강한 느낌이다.

 

이런 학습의 바탕에는 사람 성품의 기본적 근간이 되는 도덕과 윤리가 있다. 곧 정직하지 못한 정권에 대해서는 국민이 냉소를 보낸다. 이승만 정권 때부터 형성된 끼리끼리만 잘 먹고 잘사는 거짓말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게다가 현 정부 들어 무슨 불미스러운 일만 생기면 전 정권 책임으로 돌리는 모습은 결코 좋아 보이질 않는다.

 

누구나 어떤 기억은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추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사실, 대통령 선거전엔 검찰 출신 대통령이 선출된다면, ‘혹시’라는 기대 반 우려 반의 목소리가 교차했었다.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던 후보에 대해 표를 더 많이 보냈으니, 긍정적인 부분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을 것이다. 심지어 현 여당에 대한 반감이 있는 국민조차 윤석열 정부가 국정 수행을 잘해주길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임기 초반부터 국정 수행 능력 여론조사 결과는 긍정보다는 부정적 견해가 많다. 국민 비판적 목소리가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마저 무시한 채 전 정부 탓에만 열중하는 모습은 적잖은 더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이는 국민의 수준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뜻이다.

 

자꾸 뒤를 돌아보면 과거에서 못 벗어난다. 웅덩이에 빠져 오래 머물면 거기가 집인 줄 안다. 과거가 현재에 대한 사용법이라면, 반면교사로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핑계나 변명이 자기방어수단으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누구를 탓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왜냐면 자신이 그 나라의 최고 정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비위에 거슬린다고 법과 원칙이란 핑계로 검찰을 앞세워 통치하는 것처럼 국민이 느낀다면, 정권의 미래는 심각해질 수 있다.

 

무슨 일만 터지면 커튼 뒤에 숨어서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우겨대거나, 이념논쟁으로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양상은 더 큰 문제다. 본래 대통령 자리는 천하에서 가장 큰 그릇이며 가장 무거운 짐이라 했다. 그래서 그릇을 잡은 자는 그 짐을 내려놓을 자리가 마땅한 자리인지 마땅하지 못한 자리인지, 정도는 가려서 내려놓아야 한다고 했다.

 

천하의 그릇 안에는 국민이 있다. 하여, 자칫 그릇이 기울기라도 한다면 그 위태롭기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자리인 동시에 또 많은 것을 잃게 할 수도 있는 큰 자리이다. 그런 대통령을 일러 부지런하기 이를 데 없는 ‘큰 농부’라고도 한다. 큰 농부는 마을을 위해 땅을 파고, 샘물을 얻게도 하여 목마름을 해결해주며, 씨를 뿌려 곡식을 자라게도 하여 배고픔을 면하게도 하며, 초목을 번성하게 하여 풀은 거름으로, 나무는 그늘로, 마을 사람들을 더위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한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이 큰 농부의 모습을 보고 싶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