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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김종경 칼럼]
신문 냄새가그리워지는이유

창간 31주년 기념사

 

 

 

 

 

[용인신문] 30여 년 전, 필자가 기자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땐 신문을 펼치기만 해도 잉크 냄새가 물씬 풍겼다. 디지털 시대에 웬 잉크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이젠 신문업 종사자들조차 잉크 냄새가 추억의 향수일지 모른다.

 

뉴스 전달 매체가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신문발행 부수와 구독자 수가 급감했고, 미디어 영향력도 인터넷매체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종이신문은 물론 라디오 방송과 TV방송 매체들도 인터넷 플랫폼을 겸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부수인증제도를 근거로 정부 신문광고료가 책정되면서 일부 신문이 과다 발행 후 포장 상태에서 동남아에 포장지(폐지)로 헐값에 수출한 적이 있다. 신문사들은 이제 과거처럼 구독자 유치 전쟁을 하지 않는다. 그동안 재벌 언론들은 정기구독자에게 몇 개월 공짜는 물론 자전거까지 주는 등 선물 공세를 펼쳐왔다. 이 또한 옛날이야기다.

 

되돌아보니 해마다 필자가 썼던 ‘창간기념사’는 같은 주제다. 미디어 환경파괴와 가짜뉴스, 그리고 언론자유다. 현 정부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야당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안을 들고 나왔다. 아이러니한 것은 한국 언론자유지수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한국 언론자유지수 순위는 지난해보다 4계단 하락한 47위다. 언론자유지수가 가장 높았던 시기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31위)이다. 이는 문재인(42위) 정부보다 높았고, 이명박(69위)과 박근혜(70위) 정부에 비해서는 배 이상 높았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올해 지수는 디지털 생태계 내 페이크 콘텐츠 산업이 삽시간에 언론자유에 미친 영향을 집중 조명했다”면서 “118개국의 설문 응답에서 자국 정치인들이 대규모 허위 정보 또는 선전 캠페인에 자주 또는 조직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답이 다수였다. 콘텐츠를 조작할 수 있는 초유의 힘이 양질의 저널리즘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저널리즘 자체를 약화시키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이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어느 언론학자가 언론의 존재론적 물음에 대해 일곱 가지 관점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는 “인간의 의사소통 현상, 사회의 신경계통, 세상의 빛과 소금, 말길(言路)의 관리자, 민주화의 견인차, 국가운영의 항해사, 역사의 기록자가 바로 언론”이라고 정의했다.

 

율곡 이이는 “말길의 열리고 닫힘에 국가의 흥망성쇠가 달렸다”고 말했다. 언론의 중요성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인쇄 잉크 냄새 물씬 풍기던 종이신문 춘추전국시대와 디지털 뉴미디어 시대 중에서 어느 때가 언론의 역할을 더 잘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용인신문도 창간 31주년을 맞이해 지역언론의 역할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언론의 존재론적 물음 일곱 가지를 되새겨 본다. 밥상머리에서 핸드폰이 아니고, 조간신문을 뒤척이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