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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은 독서와 글쓰기 교육의 베이스 캠프다

김종성/소설가/고려대 인문대 교수

대학입시 3불 정책에 따라 본고사를 시행할 수 없는 각 대학들이 변별력이 약한 수능시험의 대안으로 논술 고사를 강화함에 따라 논술 고사가 대학입시계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었다.

공교육계에서는 논술을 지도할 교사진과 교재들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공교육계가 우왕좌왕하는 동안 무서운 기세로 논술 교육 현장을 파고들었던 곳이 사교육계였다. 수학능력고사의 변별력 강화로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 입학시험에서 논술 고사를 축소하고 있다.

논술이 대학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논술은 대학입시 과목으로 채택하느냐 안 하느냐를 떠나서 독서와 글쓰기라는 큰 틀에서 보면 심화 확대되고 있다.

대학들은 학생들의 글쓰기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대학들이 기존의 교양국어와 작문 등 교과목을 통폐합하여 ‘사고와표현’, ‘글쓰기’. ‘화법’ 등 과목으로 바꾸고 있다. 고려대의 경우 ‘사고와표현’, 연세대의 경우 ‘글쓰기’, 경희대의 경우 ‘사고와표현’, 카톨릭 대학의 경우 ‘논리적 비판적 사고’ 과목을 개설해 글쓰기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대 공대의 경우 ‘과학과 기술 글쓰기’를 필수과목으로 하였고, 한국방송통신대학의 경우 ‘세상읽기와 논술’, ‘글쓰기의 기초’ 과목을 개설하였다.

사교육계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온 글쓰기 교육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대학이 요구하는 독창적인 사고력과 창의력을 갖출 수 있도록 사교육계가 학생들을 제대로 지도해 왔는가 하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할 수 없다. 고려대의 ‘사고와표현’ 교재에 보면 쓰기 과제로 다음과 같은 문제가 제시되어 있다.

다음의 두 상황을 각각 ‘처음의 상황’과 ‘끝의 상황’에 대응시켜 서사문을 지어보자.
(1) 그 섬에는 사람이 많이 산다.
(2) 그 섬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런 과제를 규격제품화 된 배경지식을 달달 외워 수행할 수 있을까. 고등학교 다닐 때 논술 고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해 ‘사고와표현’ 같은 과목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현상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좀 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독서 및 글쓰기 교육이 필요한 시점에 온 것이다.

비판적인 사고 능력과 논리적인 표현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책읽기를 통해 학생들은 각종 서술형 문제의 원천이 되는 고전, 문학,사상, 환경, 정치, 경제 분야의 이해력을 높힐 수 있다. 독서와 글쓰기 교육을 학교와 학원에만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가정과 지역사회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책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작은 도서관을 곳곳에 만들어야 한다.

아파트 단지, 행정시설, 종교시설, 마을회관 등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학생과 학부모들이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책이 비치되어 있도록 해야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책을 읽으면 그 아들 딸도 따라서 책을 읽게 된다. 작은 도서관은 독서와 글쓰기 교육의 베이스 캠프인 것이다.

앞으로 교육현장에서는 과거처럼 4지 선다형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서술형으로 평가하는 것이 일반화 될 것이다. 서술형 평가라는 것은 점치듯 1번, 2번, 3번, 4번 하고 찍는 게 아니라, 총체적으로 사고하여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쉽지 않은 일을 어렵게 풀어나갈 것이 아니라, 쉽게 풀어나가야 한다. 그것은 어려서부터 책을 읽게 하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고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