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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광장문화를 생각한다

김장환 용인문화원 사무국장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햅번이 아이스크림을 먹던 곳으로 유명한 스페인 광장 한가운데에 베르니니가 설계한 작은 조각배 모양의 분수가 있다. 전 세계 관광객들로 붐비는 이곳은 광장 계단에 앉아 햇볕을 쬐는 사람,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사람, 꽃 파는 행상 등 다양한 사람들의 휴식처이자 문화 현장이다.

외국의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가장 흔히 접하는 곳이 광장이듯 서양의 도시들은 플라자라는 광장이 도처에 있다. 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다채로운 거리공연과 그 앞에 펼쳐진 레스토랑들,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지는 광장문화가 참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서양에서 광장은 시민 문화와 함께 발달했다. 시민들이 모이는 집회광장을 비롯하여 기념탑이나 조각이 세워진 기념광장, 주택의 밀집지역에 있는 생활광장, 교차로나 역전의 교통광장 등 전문적인 기능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다용도 공간으로 쓰인다. 그래서 도시 건축학자 폴 주커는 광장을 ‘도심 속의 허파’ 라고 부르기도 했다.

우리의 밀실 문화와는 다르게 개방성이 강조된 광장문화가 발달한 유럽에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광장이 많다. 넬슨 제독의 트라팔가 해전의 승리를 기념하는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 잠실의 롯데백화점에서 축소 모형을 만들어 놓기도 한 아름다운 트레비 분수가 있는 로마의 에스파냐 광장, 또 빅토르 위고가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광장으로 칭송했던 벨기에의 그랑플라스 광장은 고딕 양식과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과 꽃 축제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 역사적인 아픔을 지닌 광장도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이다. 17세기에 처음 붉은광장으로 불릴 당시 ‘붉은’이라는 표현은 그저 ‘아름답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많은 정치가들이 대규모의 군중집회나 군대 사열을 위한 장소로 붉은광장을 사용하면서 붉은광장은 그 이름대로 핏빛으로 물들어 버렸다. 또한 면적이 44만㎡로 세계에서 가장 크고 넓은, 중국 북경 중심에 자리 잡은 천안문 광장은 공산 혁명의 산 현장임과 동시에 민주화의 저항세력이 격돌하던 역사의 현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양식 광장문화와는 다른 마당문화가 있다. 옛날 장터나 육조의 거리가 오늘날의 광장 역할을 담당했는데 좁은 땅덩이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장터 마당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도시화 바람이 불면서 그마저도 사라지거나 비좁아지고 더욱이 자동차의 급증으로 주차장이 되어 버렸다.

우리 용인의 경우 광장이라 불릴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떠오르는 곳이 없고 더욱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이렇다 할 야외 공간 하나 없는 게 현실이다. 용인시청 앞에 공간이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그곳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이고 문화를 나눌 수 있는 광장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광장은 각종 집회와 행사를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만남의 장이 되고 편하게 휴식과 취미를 즐길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어야 한다. 특히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공공성격의 각종 공연과 전시가 이루어지는 광장이라면 더욱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런 광장이 서구 시민문화의 근간이 되어 왔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우리 용인에서도 그런 광장이 생겨나길 기대한다. 물론 쉽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장차 시민 중심의 도시문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획일화된 도시구조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문화 인프라가 가미된 창조적 도시로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