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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사람

여름철 나무그늘처럼 휴식의 공간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 관장(느티나무도서관재단 이사장)10주년 준비 분주…누구나 꿈꿀 권리를 찾는 시간들

   
 
참 편안한 나무그늘에 앉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쉬다 왔다는 느낌. 느티나무도서관을 다녀온 소감이다. 느티나무지기인 박영숙 관장 또한 나무가 내어주는 그늘처럼 편안하고 그래서 느티나무와 같은 그런 사람.
박영숙 관장을 처음 만난 것이 개관 직후였으니 벌써 9년, 내년이면 10년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느티나무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는 듯 하다. 늘 마음의 고향 같은 곳, 변함없이 반겨주는 부모와 이웃이 있는 마을. 물론 그사이 도서관 건물을 신축해서 이사하는 등 외형의 큰 변화가 있었다.
어떤 일이든 쉽게 하지 않는, 검토하고 또 검토해서 최고의 모델을 만들고 있는 박영숙 관장. 10주년의 꿈은 어떠할까, 도대체 무슨 궁리를 하고 있을까.

#올 한해 내내 한일은 10주년 준비
“하루 행사가 아니에요. 앞으로 10년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죠. 올 한해 내내 준비하고 있어요.” 거창한 행사라도 준비하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박영숙 관장은 공공성을 강조한다. “우리의 화두는 공공성이에요.” 공공 도서관의 모델을 만드는 일이 앞으로 할 일이다. 다른 도서관이 바뀌도록. 마을 도서관의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시끌 시끌 뭔가 계속 일어나는 소통의 공간이 되게 하려면 수치로는 보여줄 수 없는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이렇게 하니 참 좋더라라는 샘플을 전염시키는 사명이다.
“남들은 사서 고생한다고 하기도 하지만, 근데 재미있어요.” 모든 것을 긍정으로 보는 박 관장의 긍정의 힘이 늘 새로운 오늘을 만들어가고 있다.

#처음엔 어린이도서관이었지만 지금은 공공도서관으로의 새로운 도전
“예전에는 80% 이상이 어린이 책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청소년 어른 도서가 50%를 넘어요.” 박관장이 처음 만든 도서관은 아파트 지하 40여평의 공간에 만든 아기자기한 어린이 도서관이었다. 뽀족한 모서리가 없는, 그래서 아이들이 뒹굴면서 책을 볼 수 있는 놀이터같은 공간, 그네가 매어 있어 그네를 타면서 책을 볼 수 있는 편안한 공간. 한쪽 귀퉁이에는 온돌방을 마련해 엉덩이를 덥히면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까지, 구석 구석 보물같은 이야기 제조틀을 만들어내는 박관장의 공간에 대한 배려는 한두개가 아니었다. 박관장의 말로는 “이야기가 출렁출렁한 도서관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추억이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때마침 2003년 TV 프로그램을 통해 기적의 도서관 운동이 벌어지면서 느티나무도서관이 초기 모델이 돼 전국에 어린이 도서관이 많이 생겨났다. “2003년은 별로 오랜 옛날이 아님에도 당시에는 어린이도서관은 낯선 것이었어요.” 지금은 지자체마다 어린이도서관이 있으니 느티나무의 전염성은 매우 중요하게 평가된다. 그런 그가 이제 공공도서관의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

#공공도서관은 지역 사회의 삶터
“마을이 아이를 키우는 곳, 이웃 간에 만남이 있고 소통이 있고 서로 격려해가면서 정서적 교류를 나누는 곳. 마을이라는 공간의 몫을 하는 곳이 공공도서관이 아닐까요. 아파트가 빼곡한, 단지 화 돼 버린 곳을 마을로 만드는 역할을 느티나무 도서관이 하고자 하는 것이죠.”
“도서관은 어떤 문턱도 없이 열려 있는 곳이고, 그 안에서 작은 공동체가 끊임없이 생겨나 서로 교류하고, 그런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고, 앞으로도 해야 할 숙제가 많고요.”
박 관장은 이를 ‘열린 공공성’이라고 말한다. 역동적이고 풍성한 공공성을 상상하고 있다. 하루 종일 노동 현장에서 흙먼지 쓰고 일하던 노동자가 흙 툭툭털고 들어와 책 한권 읽을 수 있는 공간, 자장면을 배달하러온 청년이 대출카드로 책을 빌려들고 가는 곳, 이주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책을 보고 소통을 할 수 있는 공간. 경직돼 있고 무관심하고 말뿐인 주워지는 공공성이 아니라, 이야기가 끊임없이 샘솟고 어느 구석에서 뭔가 추억이 소복소복 쌓이는 공공성을 꿈꾸는 도서관. 도서관 안에서 작은 독서회들을 만들어 토론을 벌이고, 밤에는 영화를 보는 사랑방 모임도 있는 그런 곳.
“사람답게 살기 위한, 사람으로 하려는 것은 무료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그런 곳, 문화적인 삶터죠. 계층간의 차별 소외 같은 것이 없는 그런 공간을 만드는 것이에요.” “장애인이나 이주민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누구나 와서 누릴 누릴 수 있고 모두가 사람으로 만나고 소통하는 차별 없는 공간. 자극을 주어 참여가 이뤄지고 스스로 달라져가게 하는 것, 그래서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있는 공간을 꿈꾸는 것이죠.”

#도서관 공간도, 책도 다양성을 고려
“처음에 도서관을 새로 지을 때 다양성을 고려했어요. 휠체어 2대를 사다가 휠체어를 타보면서 장애인을 배려하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문턱이 없어야 하고, 문을 앞뒤로 여는 공격성이 배제된 미닫이의 부드러운 문이어야 하고...”
책을 구입할 때도 이주노동자센터나 환경단체처럼 외부 단체, 지역과 소통하는 가운데 구입을 결정하기도 한다. 몽골이나 스리랑카 같은 나라의 책은 출판사도 변변치 않고 통신도 불편해 구입하는 데만 1년이나 걸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다문화를 위한 배려. 이주노동자센터에 느티나무 문고를 설치해 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기나라 문화를 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그 사람의 삶에 큰 에너지가 되지 않을까요. 뿐만 아니라 다문화에 대한 소양을 배우는 것이죠. 함께 살아가는.”

#누구나 꿈꿀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도서관은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죠. 책부터 시작인 곳이 아니라 사람으로부터 시작하는 공간,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누구나 꿈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 누구나 책을 볼 수 있어야 하고 그 어떤 누군가라도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부자연스럽지 않은 문화적인 삶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학생때 야학 지도 교사 등을 하면서 어린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그런 가운데 도서관의 꿈을 현실화 했다.
이제 이곳에는 70명의 자원활동가가 있고 이사들과 이곳 느티나무와 함께 자란 고운 아이들이 북카페에서 커피도 판매하면서 도서관의 전기료 등을 충당하기도 한다. 고운 아이들은 도서관 마당에서 결혼식을 올릴 꿈으로 가득하다. 구석구석에서 뭔가 끊임없이 꼬물대고 소곤대고, 그런가하면 시끌벅적 떠들썩하고 잔칫집 같은 분위기가 퍼져있는 곳이 느티나무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
“책읽기에서 자유로와졌으면 해요. 책 읽기가 삶이 됐으면 하는 것이죠. 책 읽기의 즐거움이 바이러스처럼 전염되는 것. 우리를 성찰하게 하는 책, 진짜 책을 읽는 것이죠. 강요나 윽박이 아니라 넉넉하게 우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읽기.”
“2003년 법인으로 전환했어요. 비영리 공익법인이 되면서 공익성을 갖게 됐죠. 건물 용도가 도서관으로 돼 있고 이 도서관은 개인 것이 아닌 영원한 공공의 마을 도서관으로 남게 되는 것이죠.”
“저는 새로운 소설이나 그림책도 읽고, 인문사회과학도 보고요. 특히 교육문제에 관련한 책을 많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