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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64주년 광복절을 맞이하며

이미경 | 수원보훈지청 보훈과


미국 정부는 6·25전쟁의 총성이 멎은 지 56년 만에 휴전협정을 체결한 7월 27일을 ‘한국전 참전용사 휴전일(National Korean War Veterans Armistice Day)’로 지정했다. 이날 조기를 게양하도록 하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Korean War Veterans Recognition Act)’에 서명하며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우리가 구가하는 자유와 안보, 번영은 오로지 영웅적이고 희생적인 미국 군인들 때문에 존재하며, 한반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준 용사들은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 고 말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영국 참전용사 중 유일한 생존자였던 해리 패치가 지난 7월 25일 향년 111세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뉴스로 접했다.

패치의 죽음을 두고 고든 브라운 총리는 “그의 죽음에 온 나라가 애도하고 있다”며 “이제 잃어버린 세대의 모든 위인들이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들은 결코 잊혀 지지 않을 것”이라고 추모했고, 엘리자베스 2세는 “우리는 결코 그들의 용기와 크나큰 희생정신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금 한국은 9월 정기국회를 앞둔 가운데, 민주당은 전국을 순회하며 언론악법 투쟁을 이어나가면서 등원을 거부하는 상황이며, 한나라당도 민생탐방을 한다는 입장 하에 국회 밖에 머무는 상황이다.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이미 기 싸움이 시작된 듯하다.

이런 가운데 여야가 오는 15일 광복절이나 17일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등을 계기로 서서히 국회복귀를 저울질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신문기사에 나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맞이하는 8월! 찌는 듯 폭염더위도 여전하고, 중계에 가까운 기상예보도 그대로다.

정치도 경제도 모든 것들이 마치 몇 년 전 신문을 반복해서 읽는 것 같은 이 짜증나는 기분도 마찬가지다. 바뀌는 것이 있다면 광복절 앞에 붙는 숫자.

올해로 64주년 광복절을 맞이했다. 그러나 광복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에게 순국선열이라는 단어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까. 그들의 값진 희생은 지금 특별사면의 숫자로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지금 무슨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대의제가 무너졌다고 나라가 술렁이고, 경제는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만 들은 지 오래다.

모든 것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아무도 관심은 없다. 그저 혼돈과 질서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만의 갈 길을 찾아 몸부림치기에도 버거울 뿐이다.

개미 쳇바퀴 도는 반복의 일상에서 한낮의 따가운 햇살과 겨드랑이를 타고 내려오는 한줄기 끈적한 땀방울이 이마의 주름살을 하나 더 만들게 한다.

때론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그냥 아무데로나 떠나버릴까 하는 하루의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그 일탈은 언제나 주말의 기대로 이어지고, 지나간 휴가가 그립다기 보다는 이번 주말이 다시 기다려진다. 어쩔 수 없다는 현실의 굴레와 속박 속에서도 동시에 우린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8월엔 또 지겨운 열대야가 시작되겠지만, 간혹 찾아오는 시원한 바람이 주는 기대와 설렘은 여유일까 아니면 사치에 가까운 것일까.

그것이 무엇이건 자유를 꿈꾸는 우리는 자유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앞선 사람들의 피와 눈물, 자유를 향한 의지가 물려준 유산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알고만 있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돌아오는 주말엔 사랑하는 이와 아이의 손을 붙잡고 가까운 현충시설을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이번 주말엔 광복절을 맞이해서 잊고 살아왔던 것들을, 그냥 지나쳐 왔던 소중한 것들을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