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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질이 중요"

인터뷰-미국무부 문화사절 앤 C 하스켈
2009 문화사절 프로그램 운영지 한국 결정
경기도미술관, 부산박물관 등서 다양한 활동

   

최근 박물관 미술관의 마케팅, 펀드레이징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 분야의 전문가인 앤 C 하스켈씨가 한국을 찾았다.

미국 국무부 내 교육문화국의 문화프로그램부가 2009 문화사절 프로그램 운영지로 한국을 결정함에 따라 하스켈씨가 문화사절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찾아 지난 10월 26일부터 11월 9일까지 2주 동안 경기도미술관과 부산박물관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뮤지엄 프로그램 개발 및 펀드레이징, 마케팅, 홍보 분야와 관련한 워크샵, 매스터 클래스, 강의,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하스켈씨를 만났다.


▷경기도미술관이나 부산박물관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 소감은.

=인재가 많고 훌륭한 미술관 박물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분명한 이해를 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프로그램을 위한 재원이 필요한데, 정부 지원이 줄어드는 추세에 대비해 대안적 방법을 배우고 준비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사실 그런점 만으로도 앞서있는 것이며, 존경스럽다.

▷박물관 미술관 마케팅의 세계적인 흐름과 중요성에 대해.

=수십년 전에는 박물관 미술관의 홍보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저 전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는 역할로 만족했다. 가까이 사는 주민,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면 대부분 박물관 미술관의 존재에 대해 잘 몰랐다. 반면 기업은 제품을 팔고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의 역사가 깊다. 이에 따라 25~30년 전부터 미술관 박물관도 기업 마케팅 기법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조직적이고 집중적이며 계획적으로 행해진다. 예를 들어 루브르 미술관 분관을 아부다비에 개관할 때 새로 지어진 미술관은 그저 또 다른 하나의 미술관이 아니다. 루브르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가는 미술관, 대중이 루브르에 기대하는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마케팅 방식을 통해 대중이 박물관 미술관을 수준 있는 시설로 이해하게 된다.

▷펀드레이징의 비법이라면

=마법의 비법은 없다. 인내와 끈기를 요하는 과정이며, 중요한 것은 인적 자원이다. 또한 기부자 선정에 있어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 사람과 지역사회와 기업의 관심사와 상황을 잘 알고 관계를 구축해야 가능하다. 성공률이 낮다기 보다 경제 상황 등에 의해 변동이 심한 편이다. 50번을 요청해도 정작 예스는 2번뿐인 것이 이 직업의 본질이다. 무엇보다 기부자와 박물관 미술관의 공유가 중요하다. 관장, 큐레이터 등의 인적자원을 활용해 기부자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형성하고 해당 기관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의 펀드레이징의 상황은

=회원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개인회원과 기업회원제로 운영한다. 개인회원의 기본은 25불. 소액 기부가 모여 큰 돈이 되는 개념이며, 이는 지역사회의 참여를 끌어낸다는 의미가 있고, 미술관 박물관 재정의 중요한 기반이다. 1000불 이상은 추가 혜택이 있다. 개막 전야제 초청, 특별 강연회에서 좋은 자리 배정, 미술관 기념품 숍에서 할인, 큐레이터 만나기 등을 제공한다. 기업회원은 기업이 회원에 가입하고 회비를 내면 그 기업의 행사 때 박물관 미술관 대여료 할인 및 무료로 제공 하거나, 해당 기업의 고객에게 나눠줄 초대권을 주는 등 혜택을 준다. 특별전시회 등을 위해 기업과 체결하는 스폰서십도 펀드레이징의 한 방법이다. 한번에 2만5000불에서 수백만불의 기부는 주요 기부로 분류되며, 이런 경우에는 관장을 만나는 등 추가 혜택이 주어진다.

▷기업 스폰서십이나 공간 대여 등의 유의점

=미술관 박물관 역할과 스폰서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폰서 기업이 돈을 대준다 해도 콘텐츠에 대한 의견을 내서는 안된다. 미국과 유럽의 많은 미술관 박물관은 스폰서 역할의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다. 처음부터 역할을 명시해야 하며, 서로 좋은 협력관계가 가능하다. 개방 시간 외의 장소 대여는 훌륭한 수익사업이나 기업이 박물관 미술관의 콘텐츠를 좌지우지 하거나 전시 내용을 바꿔달라는 등의 요구는 불가하다.

▷미술관 박물관 건립 시 고려할 점

=갯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 미국에 1만7000여개의 박물관 미술관이 있는데 단순히 1만7000이라는 개수의 의미이지, 휼륭한 것이 그렇다는 의미가 아니다. 입지는 도심이 유리하지만 소외 지역 혹은 외곽에도 지어야 하며, 건립할 때는 교통 접근성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 미술관 박물관에 대한 소감은

=리움과 서울시립미술관 등을 비롯한 10여개의 미술관 박물관을 관람했는데, 수준과 질이 훌륭했다. 내가 본 한국의 미술관 박물관의 경우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간혹 자유롭게 관람하는 구조가 아니라 안내를 따르게 하는 구조라는 점과 복제품이 많았는데, 왜 그런지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것이 아쉽다. 또 국제적 맥락 속에서 한국의 문화 예술의 변천사를 전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조선 500년 시간동안 이탈리아는 어떠했다는 등 세계사의 맥락 속에서 파악하면 미술에 대한 지평을 넓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백남준아트센터를 찾은 소감은

=전시가 좋았다. 관객이 작품을 보면서 따라갈 수 있는 흐름이 좋았다. 특히 맘에 든 점은 백남준이 한국인 임을 강조하기 보다는 그가 세계적 수준의 예술가로서 비디오아트의 선구자를 강조한 점이다.

*하스켈씨는 솔로몬 R. 구겐하임 박물관, 필드 박물관, 자연과학 박물관(달라스), 뱅커스트러스트컴퍼니(뉴욕), 전미가족계획연맹(뉴욕) 등에서 전문성을 확보했으며, 현재 하스켈 컨설팅 유한책임회사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