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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생명은 진실이건만

- 창간 17주년 기념사 -

 

우리의 언론은 과연 진실만을 보도하고 있을까. 대학을 갓 졸업한 후 언론사에 몸 담았으니 벌써 20년이 넘었다. 처음엔 멋모르고 기자생활을 했기에 보람도 회의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88올림픽을 기점으로 문화부 기자 생활을 시작했으니 급변하는 한국 언론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언론자유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군사정권 막바지에 불어 닥친 언론자유화는 종합일간지를 비롯한 지역신문까지 우후죽순 창간되는 바람을 불러왔다. 언론 역시 민주화의 열망을 반증한 것이었고, 이를 토대로 몇 년 후엔 지방자치제가 부활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나는 당시 일간지에서 10년을 보낸 후 용인신문으로 옮겨왔고, 몇 년 후부터는 경영부분까지 책임을 지게 됐다. 지역신문을 이끌어간다는 것이 늘 버겁다고 생각하면서도 언론인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아직도 언론을 사리사욕을 위해 이용하려는 권력이나 자본이 판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한국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인류 역사의 영원한 숙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는 과연 언론인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솔직히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 국내외의 미디어환경은 점점 급변하고, 우리나라 역시 인터넷 등을 통한 신문방송의 대융합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러니 지역 언론의 경우 거대자본을 중심으로 재편될 미디어시장에 편승하기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같은 언론의 위기감은 경제적 측면에 기인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언론의 생명을 어떻게 유지하느냐다. 언론의 사명은 진실을 밝히는데 있다. 물론 진실보도만이 절대적 진리라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 생명은 끝이다.

언론에 대한 권력자들의 입장은 비슷하다. 모든 정부는 로마시대부터 지금까지 필요하다면 거짓말 뉴스를 조작해왔다. 언론인들 역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부의 뉴스 조작에 의해 자신들이 속고 있음을 대부분 알고 있다.

진실은 사실이나 정확성과는 엄격히 구별된다. 만약 유명한 권력자 또는 공직자가 진실이 확인되지 않은 발언을 한다면 우리 언론들은 십중팔구 보도를 한다. 중요한 것은 그 발언은 사실이지만, 정확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 바로 매카시즘, 즉 매카시 보도의 유형이다.

미 상원의원이었던 초선 매카시는 재선이 불확실해지자 언론의 객관성을 이용해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 1950년 매카시는 라디오 연설을 통해 미 국무성에 근무하는 공무원 가운데 공산당원이 205명이라고 폭로했다. 물론 공산당원은 한명도 찾지 못했다. 즉 매카시즘적 보도란 진실성에 관계없이 권력 당사자가 말하면 진위나 동기를 불문하고 무조건 뉴스가 되는 것을 말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매카시즘을 이용하는 권력자들이 많다. 특히 그와 유사한 사회 기득권층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언론은 공정성을 잃어 버린지 오래된 것처럼 보인다. 결국 국민들만 진실로부터 유린되어 피해를 보는 셈이다.

역사도 언론도 모든게 진실이 생명이다. 용인신문의 지난 17년을 되돌아본다. 우리도 어쩌면 알게 모르게 크고 작은 자본과 권력에 휘둘려 오지는 않았는지 다 같이 반성과 자성의 기회를 갖고자 한다. 애독자 여러분들의 매서운 질책과 따듯한 격려를 함께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