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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문/ 봄꽃 편지

-용인의 자랑 박청자 시인께 드리는 편지-

   
용인에서 15년 넘게 개인모범택시를 하면서 느낀 것은 갈수록 어려운 경제사정 때문에 시민의 표정이 차마 문화시민이라 하기엔 너무 차가워 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봄이 올 때는 꽃샘추위가 가로막고 황사가 뒤따르면서 봄이 봄이 아니게 지나가고, 무더운 여름 지나면 금세 가을이고 겨울이 되고….

누가 나이에 대해 정의해 놓았는지 알 수 없지만, 미혹함이 없다는 40세를 이르는 불혹(不惑), 하늘의 뜻을 안다는 50세, 지천명(知天命) 그리고 자연과 하늘에 순응한다하여 나이 60세를 이순(耳順)이라 한 것이 살다보니 얼마나 이치에 맞는 표현인지 알게됩니다.

얼마전엔 불가의 타종교와의 화합에 노력한 큰 스님이자 세상나이 79세를 일기로 타계하신 ‘무소유’의 저자 법정스님의 가시는 길을 TV로 지켜보고 있자니 가슴이 찡함을 느꼈습니다.

누군들 인생의 무상함을 모를까마는 차마 사람은 숟가락하나 버리기 힘든 욕심을 앞서 버리고 장례때문에 민폐를 주지 말라고 유언까지 하셨다니, 우리는 이 어려운 시대에 정신적 지주 하나를 잃은 게 분명합니다. 세상은 자기만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두 잘 사는 게 중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눈물이 묻어나는 첫 편지를 바로 박청자 시인에게 쓰게 된 것입니다. 70이 되신 나이에도 아버지의 눈물, 할머니의 사랑, 어머니의 다듬이 소리 등 등 수 많은 수필집과 시집을 부군(시인겸 수필가 송후석)과 함께 담배값 아낀 돈으로 펴내어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또, 경기도 주부교실 연합회장을 6년여 하는 동안 서울역과 수원역에서 노숙자에게 밥을 지어 먹이면서 재활의지를 키워 주면서도, 정작 당신은 암과의 힘겨운 싸움을 치료하고 있었으니 ‘나눔과 베품’의 정신은 진정 우리가 배워서 하루빨리 선진국민이 되어야할 숙제가 아닌가 합니다.

이런 공적으로 국민포장도 받고 암도 완쾌되었다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은혜 갚으려다 신세만졌다는 님을 보았을 때 작년 추운 겨울에는 두터운 바지를 주더니, 지난 봄에는 또 머풀러를 주니 돌아가신 부모님과 누님생각에 속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민망하나 이제 제 나이도 나이인지라 눈물이 마르는지 인정이 마르는 것인지 헷갈리다가도 지난해 부터는 왜 이렇게 눈물이 자주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내는 멋모르고 안과에 가보라 하지만 병원에 안 가도 되는 마음의 병인 듯 합니다.

아직도 아내나 세딸이 가까이 있고 님내외분 같은 어른이 이웃 용인땅에서 태어나서 이 땅을 지키고  샘물처럼 맑은 물을 길러주니까 고마운 생각을 잊을 수 없어 이렇게 감사의 편지를 보냅니다.

바깥어른은 나잇살 때문에 바지 뒤를 터서 입는다는데 앞으로 얼마나 지나야 새 바지 사서 은혜를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또 찾아 갈때까지 내외분 건강하길 기원합니다. 염치없으나 이것으로 시집간 따님이 낸 ‘내 마음의 스웨터를 뜨시는 주심’에 대한 독후감의 일부로 삼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