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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 편 - 20|복서 2 |박후기


복서 2


박후기

 

지구의 스파링 파트너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삭월의 눈앞이 캄캄해진다

아들3은 실업자,
나비처럼 날아도 벌처럼 쏠 데가 없다
오늘도 집안을 겉돌며 눈치만 살핀다

꼭두새벽 집을 나서는 엄만
정류장까지 로드워크를 한다
아버지가 녹아웃 된 후
대신 엄마가 장갑을 끼고 매일
지옥의 링 위로 올라간다

아들3은
품속에 카운터블로를 숨긴 채
결정적인 순간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달과 엄마처럼
숨죽이며 참고 견딘다

탐색전이 지나치면
식구들의 야유를 받는다
나가 싸우지 않는 아들3을 향해
아들1이 경고를 보낸다
도대체
누가 敵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다

사랑했다고 치자,
아들1과 한 여자가
링 위에서 엉겨 붙는다
사랑도 결국
사람과 무관한 일이 되어 버린다

때리는 자와 맞는 자,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그로기 상태에 빠진 생이여
너에게 확,
수건을 던지고 싶다

 

시 연재 다섯 달 만에 울림을 주는 시랍시고 제 졸시 한 편 겨우 꺼내들고 토를 달아대는 시인 나부랭이를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그 동안 시를 연재하며 시에 대한 나름의 느낌을 처마 밑 곶감 달듯 주저리주저리 내달았으나, 헛바람에 떨어진 감으로 봉창만 두드린 것 같아 아쉽고 또 안타깝기 그지없다(피드백이 없어 감 잡기가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것인 바, 이 또한 혜량해 주시리라 믿는다). 우리는 모두‘생’이라는 링 위에 올라 가 피터지게 싸우다 가는 복서다. 때리든 맞든 이기든 고꾸라지든 때가 되면 누구라도 예외 없이 링 위에서 내려와야 하느니, 까르페 디엠(Carpe Diem)!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